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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03. 2021

알고 가야 제대로 보이는 그림

파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피카소 그림들이 한국에 왔습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그림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온갖 언론이 소개를 하는 통에 한가람미술관이 북적일 듯합니다. 8월 말까지 전시를 한다니 주중에 쉬는 날이 있으면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 그림을 3년 전 스페인 여행 시 마드리드에서 이미 봤습니다. 마드리드는 예술의 도시입니다. 스페인의 현대 미술 거장인 피카소의 작품만을 전시한 미술관도 있지만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등 스페인 거장들의 그림이 있는 프라도 박물관과 피카소의 유명한 작품인 '게르니카'가 있는 레이나 소피아 예술센터도 있습니다. 거장들의 예술 작품만 일견 하는데도 하루를 꼬박 돌아다녀야 합니다. 뭐 한 미술관을 며칠에 걸쳐 봐도 시간이 모자라겠지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머무는 시간은 천차만별도 다가옵니다. 먼 이국땅에서 열흘의 시간으로 스페인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자에게 미술관은 그저 눈도장을 찍는 수준의 시간만을 허락하고 지나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걸까요? 멋지고 예술적이라고 인정받은 작품을 보기만 하면 우리의 수준이 올라가는 걸까요?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수많은 부모들의 심정은 우리 아이도 저 그림을 보고 예술적 영감을 발견하여 그림의 작가와 같은 창작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요? 유명 맛집에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나도 그 그림 봤어!"정도의 우월감이나 자존심 때문일까요? 

박물관과 미술관 방문은 인문을 읽으러 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인간의 삶에 대한 표현을 집약해 놓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인간 중 최상의 표현력을 보여주는 천재들의 작품을 통해 말입니다. 그저 흔한 일상이나 누구나 그리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그런 평범함을 전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시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그리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대상을 작가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재창조해낸 것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타고남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천재는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서 절묘한 인사이트를 찾아내 표현해내는 능력자입니다. 그 감각의 소유자를 우리는 천재라고 부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천재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관람하러 가는 길에는 반드시 공부가 필요합니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배경을 알아야 전시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에 더해 반드시 미술관 전문 도슨트의 해설을 곁들여 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책을 보고 공부를 해봐야 전문가의 시선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예술작품 감상에 있어 특히나 두드러지게 효과를 보입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전시되고 있는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그림도, 제목에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렇지 아마추어가 그냥 그림만 접해서는 한국과의 아무런 연관성을 이어 붙일 수가 없습니다. 피카소가 이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에 대한 상세한 이해가 있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사회상 까지도 이해를 한 다음에 그림을 봐야 그나마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림이나 시 같은 예술 작품이 작가를 떠나면 그다음은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해석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기본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벽에 걸린 작품은 그저 종이에 물감 뿌려놓은 것과 진배없습니다. "음 유명한  화가가 그린 거라니 잘 그렸네" "멋있는데" "색감 좀 봐! 화려하잖아"정도의 감상평만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굳이 시간 버려가며 미술관 갈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유명한 그림은 꼭 한번 봐야겠다는 의지로 가서 보기도 하겠지만 뭐 봐봐야 감흥도 없이 주마간산으로 지나칠 텐데, 심지어 작품 앞에서 사진도 못 찍어 그림을 봤다는 증거사진도 못 남길 텐데 안 가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가서 공부하는 곳이 아니고 미리 공부하고 가서 확인하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으로 그 공부에 확신을 더하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위대한 천재들의 노력과 의지의 결과물을 너무 쉽게 접하고 너무 막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피카소는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림으로 그렸지만 한국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음은 알고 계시죠? 알아야 하고 알고 있어야 그림이 보입니다. 피카소에 대해 공부를 하고 확인하러 미술관에 가 보시지요. 그림이 어떻게 다시 보이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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