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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24. 2020

창조적 오해의 정수

문화의 다양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 문화권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진다는 것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왜 같은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까요? 물론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나 문화권의 관습과 같이 큰 궤적을 말함입니다.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같은 환경에 놓이며 학습되어온 시간만큼 공감하는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이로 인해 다른 문화권 구성원들이 또 다른 문화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과 이해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 검증과정이 충분치 못하면 엉뚱한 오해로 발전하며 나아가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 문화의 우열을 비교하게 됩니다.


인문학에서도 번역의 의미를 중요하게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용어와 개념, 단어에 대한 공통 커뮤니케이션을 같이 공유할 때여야만 제대로 된 해석과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문화권에 어려서부터 살지 않았던 사람이 번역을 한 책들을 읽어보면 사회상을 정확히 짚지 못하는 오류의 해석을 하는 바람에 원작이 전하는 의미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카데미상 수상식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샤론 최가 호평을 받는 이유가 바로 문화권의 차이에서 오는 공감의 차이까지도 영어 문화권의 감각에 맞게 표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옛 중국 고전에는 많은 주석서가 있습니다. 한자가 가진 상형문자의 특성상 어느 한자를 먼저 해석하느냐에 따라 문장의 뜻이 완전히 달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해가 오히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창조적 오해"라고 합니다. 바로 오페라의 탄생이 그렇습니다. 오페라는 18세기 들어 새로이 등장한 예술 장르입니다. 그전까지는 서양에서도 노래가 주를 이루는 연극은 없었습니다. 바로 18세기 들어 고전의 재해석이 이루어지면서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서 번창했던 비극 경연을 발전시키게 되는데 그리스 시대 비극 경연은 시로 구성된 연극이어서 현대의 연극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비극이 폴리스가 붕괴되면서 같이 사라져 2,000년 가까이 잠자고 있었고 문헌으로만 존재하게 됩니다.


이 고전 문헌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코러스 '라는 단어를 통해 그리스 비극은 합창 노래를 통해 극을 전개한 것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페라라는 형식의 노래를 주역으로 하는 연극 형태의 새로운 예술 장르가 탄생하게 됩니다. "창조적 오해"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나 "창조적 오해"의 가장 큰 사례는 '사랑'의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상대방의 마음을 100% 알 수 없지만 알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사랑의 감정입니다. 이만한 "창조적 오해"의 적응 사례는 없다고 봅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세상 만물을 긍정의 마인드로 보게 됩니다.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이런 오해는 가치 있는 오해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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