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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14. 2021

나에 대한 가격표를 다시 붙여보자

나의 시장 가치는 얼마나 할까? 스스로 나에게 가격표를 붙인다면 얼마라고 기입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상품성이 있을까? 시장에서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들여다보기라도 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이나 월급이 나의 시장가치를 대변하고 있을까? 혹시 나의 역량이 연봉이 못 미치고 있는데도 과잉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직의 후광 뒤에 숨어 후광을 자광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보통 연봉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데 익숙하다. 소속된 조직에서 인정하고 있는 연봉이니, 연봉과 개인 능력은 인과관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 조직이 다르면 연봉은 천차만별로 바뀐다. 어디서 일하느냐가 개인의 능력을 평가받는데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가치일 수 있으니 시장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 그만큼 한 개인의 가치에 대해 가격표를 붙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 받고 있는 급여를 무시하고 나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자. 합당한 나의 가격표를 다시 붙여보자. 얼마를 써서 붙일 수 있는지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던 사업을 하던 일단 무시하자. 오로지 인간 개인 한 명으로서의 가치만을 들여다보자.


가격은 "물건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돈으로 나타낸 것"이다. 나에 대해 가격을 매긴다면 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나의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일을 수행하고 완성해내는 능력, 이를 위해 노력해서 쌓아온 지식과 지혜, 사람과의 관계 등등 이력서에 기재할만한 사실들을 나열해서 점수를 매기면 나의 가치가 드러날 것인가?

참 어려운 일이다. 신입사원의 가치는 잠재력과 미래 성장력이다. 히지만 연륜이 쌓여갈수록 개인의 가치는 관계가 중요해진다. 융합의 능력과 통섭의 능력까지 더해져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과 해결 능력을 갖추어야 가치가 쌓인다. 이 가치에 수준이 정해진다. 가치에도 품격이라는 수준이 있다. 결국 가치의 수준이 나의 가격표다.


나에 대한 수준의 가격표는 내가 붙인다고 붙여지는 게 아니다. 남들이 인정해주어야 진정한 가격표가 된다. 내 가격표에 내가 인정하는 수준의 가격을 적어놨다고 해서 남들이 그 가격표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에 대한 적정한 가격표는 남들이 평가하는 내 수준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 스스로 가격표를 달기 전에, 남들도 인정하는 가격표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실력을 쌓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어떤 능력의 소유자인지를 당당히 시장에 내놓고 가격표를 붙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뒤돌아 보아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내가 해 낼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말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면서 일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서 새로운 지식을 보강하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매번 매일 하던 그대로 업무를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변해야 산다고 귀가 따갑도록 듣고 변하려고 하지만 막상 내가 변하려고 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두리번거려나 본 일이 있는가? 그저 시간이 가는 데로 세월이 흐르는 데로 살아온 것은 아닌가? 


그래서 지금 돌아서서 나에게 가격표를 다시 매기려고 하니 쓸 숫자가 없어진 백지의 가격표만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녀 백지 수표의 무기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숫자가 없는 백지수표를 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제 자신을 까밝혀 만천하에 드러내 보자. 그리고 내장을 하나하나 드러내 햇빛에 널어보자.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말이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채워 뱃속에 차곡차곡 분류를 해서 넣은 다음 인덱스를 달아보자. 나이 들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거란 자책은 똥구덩이에 던져버리자. 부족한 가치를 하나씩 하나씩 더 채워 나가고, 그러다 보면 내 가치의 품격도 하나씩 보태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가격표를 쓰기도 전에 남들이 나에 대한 가격표를 먼저 붙여줄 것이다. 지금은 남들이 붙여줄 가격표를 위해 나의 가치를 높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때 1,000원부터 배팅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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