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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2. 2021

'너 잘 났다' 표현을 긍정으로 인정하는 사회

우리 사회는 인재를 길러내는 공동체일까요?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시험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인정하는 사회인가 말입니다. 연령별 수준에 맞는 영재학교도 있어 뛰어난 학생들을 발굴하기 위한 제도적 체계들도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는 타고난 천재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되면 자기 자식은 대부분 천재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아인슈타인 우유를 먹이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서울우유를 먹이고 중학교에 가면 연세우유를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면 건국우유, 삼육우유를 먹이다가 대학이라도 들어가면 삼양우유를 준답니다. 건강이 최고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자녀사랑에 대한 우스개 소리이지만 천재를 보는 사회적 시각이 숨어 있습니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양성하는 것은 전문 교육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 사회의 인재들은 제대로 길러지고 있는가에 대해 현상론적으로 들여다보기만 해도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민족사관학교 폐교 논란이 단적인 사례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대한 일반고등학교 일관 전환 방침이 발표되면서 자사고 설립 근거 규정이 사라지자 일반고등학교로 전환될 바에야 아예 폐교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다행히 KCC 그룹의 정상영 명예회장이 남긴 유산으로 100억 원의 글로벌 인재육성 지원기금이 전달되어 민사고의 존립을 지원하게 된 것은 아직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뜻있는 기업과 사람들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합니다.


천재(天才)는 "선천적으로 보통사람보다 아주 뛰어난 정신 능력이나 재주를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타고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보다는 길러진 천재가 더 많습니다. 길러진 천재는 노력해서 우수한 능력을 획득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길러진 천재는 혼자 노력해서 되기보다는 사회가 만들어 냅니다.


사회적으로 천재를 양성해내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즉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이는 교육학적 시스템의 완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사회적 인식도 같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남이 잘되는 것을 미워하고 시기(猜忌)하는 시샘과 우월한 사람을 증오하는 질투(嫉妬)가 만연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르상티망(Ressentiment)의 열등감이 심하게 표현되고 표출되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어제자 조선일보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께서 능력주의에 대한 칼럼 '문제는 선택적 공정이다'를 쓰면서 "존재적 기원을 논리의 출발로 삼는다면 공정한 경쟁은 지구 상에 존재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정을 어기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다"라고 규정하면서 "우리에게는 공정한 경쟁 자체의 의미를 분명히 하는 일보다는 공정의 원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행위 능력이 더 급하다"라고 지적합니다. 우리 사회 내로남불 위선에 대한 지적이 아닌가 합니다.


잘 난 사람은 잘 난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깨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사회 공동체가 할 역할입니다. 능력을 개발하는데 지원을 못해줄 망정 끌어내려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끌어갈 인재이자 천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재는 사회가 길러낸다고 합니다. 한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함께 노력해야 가능하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바로 천재가 길러지도록 사회 문화적 토양이 있어야 합니다. 창조적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해줘야 합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다른 시도와 다른 시각으로 사물과 사건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줘야 다양한 생각들과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 너 잘 났다"라는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잘하고 있구나" "잘했어"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힘내"의 칭찬과 격려로  '잘남'이 표현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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