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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3. 2021

신들린 듯 떠들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억을 잘한다는 것일 겁니다. 한번 듣거나 보면 오래도록 잊지 않고 기억해내서 통합적 사고를 잘하는 원천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억을 잘하기 위한 방편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언어를 글로 표현하여 후대에 전하는 지식 전달법이 개발된 이후 인류는 폭발적으로 정보량을 쌓고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대대로 구술로 전해지던 비기는 후대가 기억해내지 못하면 사라져 버립니다. 중원의 검객들이 자신만의 신비의 비법을 제자에게 전수하지 못하면 고수의 명단에서조차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나마 무술의 기법이야 몸으로 보고 익히게 할 수 있으니 제자들을 통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비법이 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그 비법이 적힌 책자라도 있을라치면 그 비책을 빼앗기 위해 처절한 탈취 전이 펼쳐지는 게 무협지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정보의 전달에 있어 정보를 어디에 담아 주느냐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지금은 제2의 브레인인 반도체 칩에 담아 전달합니다. 그 정보량은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방대합니다. 이 방대한 정보가 널려 있는데 어떤 정보를 취할 것인지는 오로지 정보의 바다에 떠있는 당사자의 몫입니다. 어떤 정보를 내 배 안으로 퍼 담을 것인지는 본인이 취사선택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담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이왕 담을 거면 알차고 유익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을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트레스를 줄인답시고 시각적, 감각적 말초 정보에 신경을 빼앗깁니다. 사실 그것이 더 재미있고 시간을 잊게 하고 빠져들게 합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재미도 없고 시간과 돈도 많이 드는데, 삶을 망가트릴 수 있는 정보에는 재미있고 쉬워 금방 몰입하게 됩니다. 중독됩니다. 한번 빠져들면 나오기가 힘듭니다. 중독은 바로 의외성(Unexpectedness)에 집중하는 브레인의 작동원리와 에너지 최소 법칙이 같이 융합되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익숙해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보다 예외적인 것은 나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니 신경을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호기심을 유발하는 말초적인 정보들은 이런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말초적이라는 것은 1초 만에 사람의 머릿속에 박힐 수 있다는 겁니다. 감각의 끝단에 있기에 만지거나 보거나 냄새 맡으면 스티커처럼 착 달라붙습니다. 머리 굴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데로 느끼면 되니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의외성은 점점 센 강도를 요구합니다.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됩니다. 


이 중독의 중추를 삶의 질을 향상하는 쪽으로 전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과 돈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반드시 부딪쳐야 합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기억을 많이 하도록 축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죽을 때까지 새로운 것을 찾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 단계 더 높은 것이 있다면 추구하고 성취해 나가야 합니다. 

인류는 기억을 잘하기 위해서 소리 내어 암송하는 기법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이 소리 내어 읽는 기법은 전 종교에서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전을 읽을 때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오감을 총동원하는 겁니다. 인류가 터득해온 기억 향상법입니다. 종교가 아니더라도 예전 서당에서 글 읽는 소리가 담 넘어 들리도록 큰 소리로 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억은 그렇게 머릿속에 박히는 겁니다. 오감을 통해 몸에 배이도록 하는 겁니다. 그 결정적 방법이 내가 말한 내용을 내 귀로 듣고 내 눈으로 보게 만드는 겁니다. 큰소리로 떠들며 암송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공부법은 어떻습니까? 큰 소리로 읽으며 공부하면 미친놈 소리 듣습니다. 공부는 조용히 혼자 해야지 시끄럽게 떠들어 남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되는 것으로 고착화시켰습니다. 조용히 공부하면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듭니다. 큰소리로 책을 읽으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각을 자극해 기억력 강화에 도움을 줍니다. 물론 공부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큰소리 공부법 적용도 달라집니다. 수학 문제 푸는데 떠들면서 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한 내용을 타인에게 가르치는 강의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의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는 기억을 끄집어내어 말로 설명하는 겁니다. 기억을 공고히 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취미 동호회 같은 곳에서 자신의 기억을 설명하고 회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듣는 것입니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대부분 과거 기억에 대한 공유의 재조합일 테지만 수다의 주제를 어떻게 하느냐가 기억의 질을 높이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술 마시고 군대 이야기했다 정치 이야기했다 서로 의견 안 맞아 신경질 냈다 하지 마시고 각자 살아온 길에 대한 반추와 사례들을 공유하는 수다로 떠들다 보면 내 삶의 위치도 어디쯤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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