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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05. 2021

'단독'의 낚시꾼

단독(單獨, exclusive)은 '단 하나, 유일한'의 뜻이다. 경쟁이 없다는 의미이다. 상품시장에서는 매출을 올리는 극강의 수단이 된다. 당연하다 유일무이하니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한경쟁을 하는 시장에서 상품을 독점하는 '단독'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비슷한 제품이지만 '남들보다 제품을 먼저 공개하는 시간을 파는 전략'으로 단독의 차별화를 꾀한다. 선공개의 단독은 마케팅의 전술의 탁월한 기법인 것이다.


그런데 이 '단독'이 언론매체로 넘어오면 '아직 다른 매체에서 취재하지 못하고 유일하게 보도된 기사'의 '특종'이라는 의미보다는 '남들보다 먼저 쓴 기사'를 강조하는 '속보'를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체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제일 먼저 썼다고 '단독'이라고 표기하는 매체도 있다.


그래서 기업체 홍보실에서 바라보는 언론계의 '단독'은 말 그대로 '혼자 쓴 기사'라고 평가절하한다. 진정한 단독의 특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서 정말 의미가 있는 기사로 유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로 인해 타 매체에서도 그 기사에 관해 추가 취재를 하여 계속 추적보도를 하게 하는 기사여야 한다. '단독'이라는 용어의 남발로 진정한 좋은 기사가 묻히는 무덤을 언론사들이 스스로 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인물 인터뷰 기사만 봐도 대부분 '단독'이란다. 인터뷰 기사에 '단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론매체에서 이 '단독'이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데에는 상업적 이유가 깔려있다. 낚시꾼이 고기를 낚듯이 사람들의 시선을 낚아채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클릭을 많이 하게 하여 조횟수를 높이면 그 조회 수가 광고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고 결국 돈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사용되는 '단독'은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미끼 역할로 전락해 있다. '단독'이라는 미끼에 현혹되어 클릭을 해서 들어가 보면 별 내용도 없는 빈 깡통의 기사임에 헛웃음만 난 경험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단독'이라는 제목을 단 매체에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렇게 낚여서 클릭수만 늘어나면 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고 기사를 읽을 수밖에 없는 온라인 화면이 주는 단점을 파고든 질 낮은 상술인 것이다.


단어나 용어는 적재적소에 사용되어야 한다. 용어가 혼동되어 쓰이면 사회의 인식에 혼선을 가져온다. 같은 현상을 놓고도 다르게 해석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 혼선은 다양성과는 다르다. 현상이 용어로 인하여 다르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벌어진 사실을 설명하는 용어 자체가 다르게 사용되면 팩트를 왜곡되게 볼 수 있다.


현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촌철살인의 문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과 언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부단히 공부하여 정제되고 절제된 단어를 구사해야 한다.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기술만으로 시선을 잡으려고 하는 얄팍한 상술은 오래가지 못한다. 깊이가 없는 샘은 금방 말라 버린다. 땡볕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마르지 않는 물은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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