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Jul 15. 2021

다시 가족완전체로 합체하다

가족 완전체가 완성되었습니다. 4명의 식구가 모두 모인 것입니다. 1년 6개월 만입니다. 지난해 2월 말 군에 입대했던 막내 녀석이 어제 병장 제대를 했습니다. 정확히는 9월 2일까지 휴가를 나온 것이긴 합니다. 그때까지는 군인 신분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군에 입대해서 휴가를 나오지 못했는데 그 못 나온 휴가를 병장 말년에 한꺼번에 사용을 하며 제대한 것과 같은 형국이 되었습니다.


어제 하루 연차 휴가를 냈습니다. 아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섭니다. 아침 5시에 온 식구가 기상하여, 장기 휴가 나오는(제대) 아들을 데리러 충북 진천으로 갑니다. 오전 8시 나온다고 해서 시간 맞춰 내려가느라 서둘렀습니다. 부대 앞에 도착하니 7시 반도 안되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에 과속하여 왔나 봅니다. 그렇게 기다리는 30분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면회가 금지되어 면회 한번 못 와봤습니다. 군에 자식을 보내 놓은 부모들은 매일매일, 자식이 군생활 잘하고 있는지 근심 걱정을 하는 와중에 가끔 면회라도 와서 군복 입은 자식 얼굴 보고 먹고 싶어 하는 치킨이랑 과일도 같이 먹으며 손이라도 한번 잡으면서 건강히 잘 있구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겁니다. 유일하게 찾아와 얼굴 보는 면회조차 금지되어 1년 반 동안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요즘 군의 생활복지는 예전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일과 이후 저녁시간에는 휴대폰 사용도 가능해 문자나 통화도 가능합니다. 코로나로 1년 반이나 얼굴은 못 봤지만 매일 문자로 근황을 전해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언제든 확인할 수 있어 든든했습니다. 부모님 전상서 편지 시절에서부터 공중전화부스에 줄 서서 전화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어떻게 보면 천지개벽한 일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 그때에는 왜 그리 힘들었을까요? 제도를 바꾸고 적용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겁니다.


아무튼 오전 8시 조금 넘어 부대 밖으로 짐을 한 아름 들고 막내 녀석이 나옵니다. 생활용품 한 박스와 책 한 박스, 그리고 PX에서 제대 선물로 아빠용 홍삼세트와 엄마용 선블록 크림 등도 한 박스씩 있습니다. 뛰어가서 짐을 받아 들고 나니 막내녁석이 지 엄마를 안고 한참을 웁니다. 1년 반만의 상봉이니 눈물날만 하겠지요. 대한민국 병장이 장기휴가(제대) 나오면서 울다니 심성이 약한 녀석인가 봅니다.

그렇게 차에 4 식구가 탔습니다. 작년에 훈련소 입소하는 날은 큰 아이는 해외 비행근무가 있어 같이 못 왔었는데 어제는 같이 왔습니다. 4 식구가 한 차에 타기도 참 오랜만입니다. 오전 8시라 어디 가서 아침식사라도 해야 할 텐데 마땅치가 않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마장 휴게소에 와서 간단히 국밥이랑 식사를 합니다. 막내녀석은 부대에서 화이자 백신을 2차접종까지 했고 큰 아이도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지만 한 테이블에 같이 앉을 수 도 없어 옆으로 나란히 4명이 앉아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 길에 하남에 있는 스타필드에 들렀습니다. 9월 초까지 휴가기간이긴 하지만 민간인 신분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민간인 복장을 장만하기 위해 섭니다.


코로나로 인해 백화점은 11시에 개장을 한답니다. 스타필드 다른 매장들은 그나마 문을 열었네요. 70%까지 세일을 하는 매장이 눈에 띄어 들어갔더니 꽤 괜찮은 옷들이 있습니다. 매장 지배인이 군복 차림의 막내 녀석을 보더니 휴가 나왔냐고 묻습니다. 제대 날이라고 하니 제대 날 부모 따라 집에 가는 군인은 처음 본답니다. 대부분 여자 친구 만나러 갔다가 집으로 가지 않냐고 합니다. 덕분에 한바탕 웃고 상술에 코가 꿰어서 바지 2개랑 외투도 2개나 샀습니다. 나름 저렴한 가격에 득뎀 했다고 막내 녀석이 그동안 받은 군인 월급으로 사겠답니다. 그 틈에 저도 여름 바지 하나 슬쩍 끼워 계산대에 올려놨습니다. 총 50만 원도 넘는 가격인데 서슴없이 카드 계산을 합니다. 음 요즘 병장 월급이 60만 원이 넘는다고 하니 그냥 계산하게 놔둡니다.


옷을 산후에 신발 매장에 들렀습니다. 온 가족이 조깅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야 20년 넘게 조깅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조깅을 한다고 해서 잘 됐다 싶어 러닝화를 사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제가 신고 있던 조깅화도 생명을 다해 바꿔야 할 때인데 이참에 새 조깅화를 사기로 했습니다. 조깅화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켤레에 20만 원 가까이합니다. 와이프는 무릎 관절이 안 좋아 뛰는 것에서는 빼기로 하고 러닝화 3개를 맞춰 샀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가족이 공원을 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날씬한 가족이 되도록 한번 뛰어보겠습니다.


그렇게 4인 가족이 한집에 모였습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 방을 살짝 들여다봅니다. 온 방에 사람이 있습니다. 잘들 자고 있습니다. 자는 모습만 봐도 그저 흐뭇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출근길 잡념을 들여다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