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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20. 2021

코로나는 한여름의 기억도 지웠다

요즘 날이 더워도 너무 덥죠? 낮 기온 30도를 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더운 날씨 때문에 갑자기 만들어진 적란운으로 인하여 소나기도 내리고 무지개도 만들어지는 현상이 있어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나기 그친후에 맑아진 하늘의 청명함이 SNS를 타고 전해집니다. 더위속에 청량음료 같은 사진들입니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이어 붙여 시원함으로 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택근무로 갇힌 집에서 말입니다.


사실 더울 때는 시스템 에어컨이 휭휭 돌고 있는 사무실이 제일 좋은 피서지입니다. 재택근무하는 집에서야 하루 종일 에어컨 틀고 있기도 그렇고 선풍기로 버텨보느라 사무실의 시원한 공기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반바지에 헐랭이 티셔츠를 입고 집에서 일한다고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것만큼 집중도 안되니 차라리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요놈의 코로나가 꼼짝달싹 못하게 막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참 올여름 들어 매미 울음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어제 처음으로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여름의 절정에 와있다는 증거입니다. 매미는 온도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곤충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이 듣게 되는 매미 울음소리는 맴맴맴 우는 참매미가 아니고 치르르르하고 우는 말매입니다. 이 말매미는 기온이 27도가 되어야 울기 시작하고 28도가 되면 집단으로 합창을 합니다. 여름의 절정기가 되어야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맴맴맴 우는 참매미는 기온이 조금 낮은 온도에서도 울어 동트는 아침이나 기온이 조금 내려간 저녁 무렵에 많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도심에 매미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열섬현상으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인한 것이니 매매 울음소리의 소음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국민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가던 외갓집에서 듣던 매미 울음소리의 낭만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매미의 공명통이 변하지는 않았을 텐데 들리는 매미 울음소리가 기억의 소환이 아니라 소음으로 변질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오버랩되는 현상이 있다는 것이니 다행이지 않나 싶습니다. 뜨거운 한여름과 청각적으로 이어주는 소리가 합쳐져서 한 계절의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 한 여름의 모습이 추가됩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꼼짝 못 하고 있는 탓에 작년에 이어 또다시 기억의 공백으로 남아있는 여름이 될 듯합니다. 아무리 매미가 울어도 연결시킬 사건이 없으니 사라진 기억이 되어 버립니다. 기억이란 녀석은 묘해서 반드시 연결고리가 있어야 잡아놓을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도 기억에서 사라졌듯이 올여름도 기억에 이어 붙일 사건을 마련하지 못할 듯합니다. 코로나 19라는 녀석은 사회의 모든 질서를 바꾸어놓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의 기억조차 없애버리는 아주 흉악한 놈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오감에서 청각은 매미소리로 여름을 채우고 있지만 시각은 어두운 터널 속에 있습니다. 가까운 계곡이라도 가서 발이라도 담그고 와야 여름의 기억이 완성될 텐데 한쪽 감각을 채울 수 없으니 기억이 온전히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기억이 쌓이지 않으니 알 수 없지만 세월이 지나 뒤돌아봤을때 아무것도 없는 공백의 시간들이 기억의 빈 창고만 넘실대고 있을 겁니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은 아무 기억도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게 코로나 19는 사람의 기억을 시간적으로 비워지게 하는 곰팡이와 같습니다. 빨리 이 곰팡이의 흔적을 없애고 푸른 바다의 파도와 계곡물 흐르는 진초록의 계곡 모습으로 채워 넣어야 할 텐데 시간이 무심할 뿐입니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를 되뇌지 않고서도 푸른 바다를 가슴에 담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 버텨내고 이겨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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