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간했더니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습니다.
어제 드디어 인쇄가 끝난 책을 받았습니다. 언박싱하는 기분으로 택배 상자를 열어봅니다. 꽁꽁 포장되어 있습니다. 흰색 바탕 표지에 예쁜 꽃 일러스트가 있는 양장본의 책을 집어 듭니다. 뜨거운 바깥 기온을 뚫고 와서 그런지 책이 따뜻합니다. 마음은 인쇄가 막 끝나 따뜻할 거라 치환을 합니다. 참 간사하죠. 사람의 마음은 그런가 봅니다. 자기 합리화와 간사함의 애매한 경계 속에서 스스로 만족하는 경계 쪽으로 기우는 그런 마음의 상태 말입니다.
책 실물을 손에 처음 들고 찬찬히 넘겨 봅니다. 실물을 손에 들기까지 최근 몇 달 동안 PDF 파일로 수없이 넘겨보며 오탈자를 찾아내곤 했는데도 막상 실물을 접하니 새롭고 감개무량합니다. 처음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상의 세계를 헤매다 실물의 세계로 들어와 손의 감촉으로도 책을 만질 수 있어서 일 겁니다. 그렇게 제 머릿속에 있던 콘텐츠가 책이라는 실물로,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최종 결과물을 세상에 내어 놓으면 아쉬운 감정이 오버랩됩니다. "좀 더 열심히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밤잠 좀 안 자고 내용 수정 한 번만 더 했더라면 좀 더 콘텐츠가 좋아졌을 텐데---" 이런 후회입니다. 후회의 시간은 지나고 나서 비로소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완벽한 결과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한 노력의 흔적이 담겨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면 됩니다.
주말에는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 매장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새로운 풍물을 볼 것이라는 가슴 설렘과 비슷한 심정으로 기다려집니다. 과연 수많은 책중에서 내 책은 어디 한 귀퉁이에 진열되어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사람들이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으면 어쩌지?" 책 주변을 하루 종일 서성일 것 같습니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그러합니다. 무생물의 책이지만 마치 살아있는 자식 같습니다. 책 속에 있는 콘텐츠로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그것은 둘째치고 사람들의 눈길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내놨으니 사랑받길 바라는 간사한 마음은 여지없이 사심을 타고 밖으로 표출됩니다.
잘 될 거라 최면을 걸고 주문을 겁니다. 잘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