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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30. 2021

책을 냈더니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습니다.

책을 출간했더니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습니다.


어제 드디어 인쇄가 끝난 책을 받았습니다. 언박싱하는 기분으로 택배 상자를 열어봅니다. 꽁꽁 포장되어 있습니다. 흰색 바탕 표지에 예쁜 꽃 일러스트가 있는 양장본의 책을 집어 듭니다. 뜨거운 바깥 기온을 뚫고 와서 그런지 책이 따뜻합니다. 마음은 인쇄가 막 끝나 따뜻할 거라 치환을 합니다. 참 간사하죠. 사람의 마음은 그런가 봅니다. 자기 합리화와 간사함의 애매한 경계 속에서 스스로 만족하는 경계 쪽으로 기우는 그런 마음의 상태 말입니다.


책 실물을 손에 처음 들고 찬찬히 넘겨 봅니다. 실물을 손에 들기까지 최근 몇 달 동안 PDF 파일로 수없이 넘겨보며 오탈자를 찾아내곤 했는데도 막상 실물을 접하니 새롭고 감개무량합니다. 처음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상의 세계를 헤매다 실물의 세계로 들어와 손의 감촉으로도 책을 만질 수 있어서 일 겁니다. 그렇게 제 머릿속에 있던 콘텐츠가 책이라는 실물로,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최종 결과물을 세상에 내어 놓으면 아쉬운 감정이 오버랩됩니다. "좀 더 열심히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밤잠 좀 안 자고 내용 수정 한 번만 더 했더라면 좀 더 콘텐츠가 좋아졌을 텐데---" 이런 후회입니다. 후회의 시간은 지나고 나서 비로소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완벽한 결과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한 노력의 흔적이 담겨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면 됩니다.


주말에는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 매장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새로운 풍물을 볼 것이라는 가슴 설렘과 비슷한 심정으로 기다려집니다. 과연 수많은 책중에서 내 책은 어디 한 귀퉁이에 진열되어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사람들이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으면 어쩌지?" 책 주변을 하루 종일 서성일 것 같습니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그러합니다. 무생물의 책이지만 마치 살아있는 자식 같습니다. 책 속에 있는 콘텐츠로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그것은 둘째치고 사람들의 눈길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내놨으니 사랑받길 바라는 간사한 마음은 여지없이 사심을 타고 밖으로 표출됩니다. 


잘 될 거라 최면을 걸고 주문을 겁니다.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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