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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31. 2021

책 출간은 집착의 화신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족쇄가 되면 안 된다 안된다 다그쳤지만 결국은 족쇄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바로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책 출간으로 인한 집착입니다.

"서점에서 몇 권이 팔렸는지 궁금해하지 말자"라고 다짐했건만, "내 손을 떠난 책은 이제 오롯이 독자들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고 되뇌었건만, 자꾸 서점 인터넷 사이트를 기웃거립니다. 얼마나 팔렸는지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것도 인터넷에 오픈된 당일날부터 말입니다.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온라인 서점 인터넷 사이트를 매시간 들어가 봐야 사실 하루에 한 번씩만 업데이트가 되니 들여다봐야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더구나 몇 권이 팔렸는지는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계속 들여다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초조함을 앞서가 있습니다. 이런 제길, 제가 제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책은 집착의 화신이 되어 제 머릿속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젠 독자들의 혹독한 비평이 이어질 것을 예감하고 있지만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는 어리석음 속에 있습니다.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현실이라 그 두려움을 인지하지 못하고 막연한 미래로만 치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세상에 드러내 놓은 외견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쏠려 있습니다. 참 한심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현실은 뜬구름과 마약 같은 베스트셀러의 꿈이 뒤섞여 시야를 가리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3일이 지났으니 허니문의 시간이거니 생각해야 할까요? 앞으로 엄중한 꾸짖음이 이어져 올 텐데 잠시나마 들뜸을 즐겨야 할까요?

온라인 예약판매 이틀째, 예스24  에세이 부문 신간 도서 743개 중 판매량 순위 19위에 올랐습니다. 그저께 첫날 판매량 순위 25위에서 많은 올라갔습니다.

세상에 책이라는 실물을 내놓고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널리 공유되기를 바라는 글쓴이의 바람은 환상과 착각의 굴레를 지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라고 스테디셀러가 되기를 바라는 허황된 심정을 까발려 공개합니다.


글이 글쓴이의 손을 떠나면 그다음은 읽는 이의 몫입니다. 책의 활자가 어떻게 읽는 이의 마음과 생각 속으로 들어갈 것인지는 읽는 이의 환경에 따라 하이젠 버그의 불확정성의 원리만큼의 확률로 작동할 것입니다. 글쓴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평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에세이가 개인의 정서와 감정의 표출이라고, 무한대의 확률로 전개되는 사례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피난처를 마련한다고 해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바로 글쓴이가 활자화하여 책으로 엮어낸 원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책을 내고 나서 마음을 추스르는 일은 더욱 어려움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됩니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면 거기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새로워야 합니다. 그렇게 책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시간을 버텨내 봅니다.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 그나마 내가 쓴 작은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하는 바람을 허공에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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