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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02. 2021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2020 하계 올림픽이 도쿄에서 열린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절반이 지났다는 뜻입니다. 올해는 2021년임에도 '2020'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한 올림픽을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기현상입니다. 숫자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인문학적 정의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현장입니다.


오늘 아침도 온 신문들이 한국 여자 체조에 첫 올림픽 메달을 선물한 여서정 선수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빠인 여홍철 선수를 따라 체조를 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국내 유일의 부녀가 되었습니다. 정말 박수받아 마땅한 가족입니다.


아직 감동과 눈물과 웃음의 드라마가 일주일 남아 있습니다만 지나온 일주일 동안 가슴 조이며 TV 화면을 지켜보며 환호했던 몇몇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양궁의 막내 선수들이 펼친 한 편의 드라마는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힌 사람들의 답답함을 단번에 해소시켜주었습니다. 예선전이긴 하지만 일본과 마지막 세트까지 가서 결국은 이겨내고야 마는 여자배구는 가슴 조이며 보다 시원한 청량제로 바뀐 여름밤의 냉수였습니다. 또한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은 승패를 떠나 격려받아야 하고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승패를 떠나 남은 경기일정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까지도 좋으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한 경기 한 경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고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요? 왜 평소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비인기 종목에 까지 "졌데? 이겼데?"라고 묻는 것일까요?

바로 스포츠는 인간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결과가 확실합니다. 이기든지 지든지. 승자와 패자가 정해집니다. 삶과 죽음의 치환입니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현장에서 칼과 총의 무기를 평화의 도구로 변형시킨 숫자로 대신합니다. 인류가 무리를 이루어 살기 시작한 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승화시킨 사회화의 일환입니다.


스포츠는 보상입니다.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보상이 확실하다는 겁니다. 보상에는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분출됩니다. 지면 다시 이기기위해 훈련을 하고 재기하여 결국은 이겨내고 맙니다. 바로 이겼다는 것은 보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힘든 훈련과 지난한 시간을, 경기를 통해 드러내고 보상을 받는 일. 스포츠는 그래서 사람들을 열광하게 합니다.


보상이 없으면 스포츠는 의미를 갖기가 힘들어집니다. 운동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이 취미로 활동하시는 동호회에서도 금방 눈치채실 것입니다. 어떤 경기가 되었든 승패가 나지 않는 운동은 없습니다. 친선을 위해 뛰는 경기라고 해도 경기 결과는 숫자로 나옵니다. 친선의 경우는 그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의미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 친선의 뒤편에는 바로 숫자의 작음과 큼의 결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친선을 위해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심지어 골프를 쳐도 마찬가지입니다. 골프장에서 그렇게 내기를 많이 하는 이유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사실 골프는 18홀이 끝나면 숫자로 명확히 결과가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매홀 천원이 되었든 만원 뽑기를 하든 내기를 합니다. 18홀이 끝나야 나오는 결과의 지연 효과보다 매홀 쫄깃한 긴장감을 더해 승패의 보상을 그때그때 확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은 돈을 걸고 매홀 내기를 하면 모두들 긴장하게 되고 결국 게임이 끝난 스코어는 더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운동은 보상입니다. 살을 빼고 다이어트 효과를 보는 그런 보상도 물론 운동이 주는 보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운동은 이기고 짐이 확실한 보상의 결과로 인해 벌어지는 드라마입니다. 조깅과 같이 혼자 하는 운동일지라도 결국은 앞서 뛰는 사람을 따라잡는 작은 보상이 숨어 있습니다.


지구촌 전 인류가 지금 도쿄에서 펼쳐지는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선수들의 선전을 통해 대리 보상을 받고 있는 인간 본성의 실현 현장이기에 그렇습니다. 남은 올림픽 기간 동안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통해 이 대리 보상을 많이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19로 집에 갇힌 국민들의 대리 만족에 응원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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