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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06. 2021

책 내보니, 여행과 같더라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도 모르고 살았다' 책을 출간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인쇄된 책을 손에 쥐고 두근거리는 마음에 표지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책 안의 콘텐츠야 오탈자 찾아내면서 수없이 활자 사이를 오고 가느라 지겨워서 또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손안에 들어온 책의 실물은 또 다른 감정의 집합체였습니다.


300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내 손으로 자르지 못해 결국 출판사에서 40편을 골라냈습니다. 그렇게 솎아치기로 편집되어 책의 형태로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코로나 19로 회사 근무 패턴이 한 달 쉬고 한 달 일하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는터라 쉬는 달에 책 원고를 정리할 시간이 있었던 게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여름 뜨거운 태양으로 책을 내놓고 햇빛에 책이 발하기 전에 지인들의 손으로 하나 둘 들어갔습니다. 소위 지인과 가족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너무도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기꺼이 책을 사주셨습니다. 물론 등 떠밀리고 공갈과 협박에 못 이겨 책을 사주신 분 들도 계십니다.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강제가 난무하는 비정함 속에 1쇄 인쇄된 책 분량이 얼추 소진되어 갑니다. 아니 출판사 창고에 대부분 쌓여 있을 수 있으나 몇 부나 쌓여 있는지 출판사에서 알려주시지를 않네요. ㅠㅠ 실망할까 봐 말씀을 안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저 "예상보다 주문이 많은데요" 정도의 인사말로 대신합니다. "안 팔린다"는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앞으로 살면서 짐으로 지고 갚아 나가야 할 무게임을 잘 압니다.


막상 책을 내고 보니 그다음은 "이것을 어떻게 팔아야 하지?"라는 벽에 부딪힙니다. 책을 손에 든 흥분은 잠깐이었습니다. 그다음은 판매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책을 내주신 출판사에 오로지 감사할 따름이지만, 출판사가 손해 보게 해서는 안된다는 부담이 밀려왔습니다. 기업홍보 생활 30년을 넘겼는데, 어떻게 홍보하면 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책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잘 압니다. 그러나 제 평생 누구에게 개인적인 일로 부탁을 해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제 성격상 "없으면 굶는 게" 제 삶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저만 굶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로 책을 내주신 출판사가 계륵처럼 목에 걸렸습니다.  그렇게 부담의 일주일은 예스 24와 교보문고 인터넷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쳐다보게 만들었습니다. 혹시 화면으로라도 볼 수 있는지? 얼마나 팔렸는지? 판매 순위에 변동이 있는지? 등등 말입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얼마나 팔릴까?"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철없고 출판시장을 모르는지 3일 만에 깨달았습니다. 역시 시장은 돈이 지배하는 세계임을 눈치채고 있지만 출판시장 역시 그 돈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매장에 깔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이 들었습니다. 언감생심 대형서점에 마케팅 비용을 내면서까지 책을 내놓을 수는 없었기에 "닭 쳐다보는 개"처럼 회전문 돌아가는 서점의 입구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대형 서점에 하루에 1권만 입고가 됩니다. 매장에서 책 검색을 해봐야 "재고 없음"만 알립니다. 서점에서 매장 비치용으로 주문을 해야 총판업체를 통해 서점에 입고되는 방식입니다. 서점에서 주문을 하지 않으면 책이 있는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서점 입장에서도 이름도 없고 콘텐츠에 대한 확신도 없는 책을 대량 주문하여 쌓아 놓을 수 도 없는 처지이니 당연합니다. 출판 시장은 그렇게 돌고 도는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출판시장의 속살은 마침 제가 언론정보대학원 3학기째를 마친 상태인데 지난 학기 대학원 과정 속에 개설된 '출판 개론' 과목을 일부러 수강을 하며 배웠습니다. 한 학기 내내 대학원 수업을 통해 국내 출판 시장의 상황과 출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들었습니다. 책을 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기에 전공과목은 아니지만 열심히 들었습니다. 학점도 A+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내고 보니 이론은 이론이고 현실은 현실입니다. 책을 낸 당사자에게 출판시장의 현실은 그저 벽일 따름이었습니다.


책을 낸 지 일주일이 지나 뒤돌아보니, 책 출판은 여행을 하는 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동안이 여행의 전부라고 합니다. 일정을 짜고 무엇을 볼 것인지 자료를 검색하는 동안 잔잔한 흥분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처음 접하는 오감의 신선함이 엄습해오며 신세계의 카타르시스가 자리를 잡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조우가 여행의 묘미입니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소매치기라도 당해보면 상황은 급반전을 겪습니다. 평생 기억 속에서 최악의 상황을 빚어냅니다. 카메라를 잃어버리면 여행의 모든 기억조차 사라져 버립니다. 여행가방을 통째로 도난 당해보고 여권을 잃어버려 영사관을 찾아가 본 경험이 있으면 여행의 추억은 악몽으로 바뀝니다.


책을 내는 것도 똑같습니다. 일주일은 장밋빛 세계를 삽니다.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합니다. 딱 일주일입니다. 그리고는 여행 중 잃어버린 여권으로, 잃어버린 여행 가방으로, 도난당한 카메라가 되어 되돌아옵니다. 다시 추스르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주일을 들떠있어 봤으니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끝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제 손을 떠난 책은 이제부터 오롯이 읽는 사람들의 것일 테니 마음을 비울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여행지를 찾으려 합니다. 나의 앞으로 20~30년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찾는 일입니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은 섰습니다. 그 일을 위해 책의 미련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렇게 글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는 일은 당연히 계속될 것이고요.


그래도 여러분께서는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책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책장을 한번 넘겨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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