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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18. 2021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내가 있는 공간을 다시 보다

인간은 어느 공간에 존재하느냐가 인생의 전부일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탈출하기 위해 미군 수송기에 640명이 입추의 여지도 없이 끼어 앉아 있는 모습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640명의 운명은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아프가니스탄에 태어나고 싶어서 자기의 의지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운명처럼 그 나라에 태어났고 운명처럼 그 자리에 있었을 뿐입니다. 그저 재수 없을 뿐일까요? 640명은 처해진 운명을 극복하고자 수송기에 빼곡히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수송기에 탔으니 안전과 희망이라는 환경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바로 환경을 바꾸고자 하는 힘, 인간이 지닌 원초적 힘입니다.


인간에게 있어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일 수 있습니다.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비아냥조차 사실은 같이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공간은 환경입니다. 이 공간은 모든 존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합리성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시발이 있습니다. 처음 주어지는 공간은 철저히 차별적입니다. 내가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있다면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생사를 걸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이렇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생사의 현장을 전해 듣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공간의 차별화가 있는지 눈치챌 수 있습니다.

탈레반 통치를 피해 미군 수송기에 올라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공간의 차별화에 굳이 아프가니스탄까지 들먹일 필요조차 없습니다. 내 주변만 둘러봐도 이 차별화의 현장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내가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생활환경의 조건까지 달라집니다. 심지어 공간의 차별화는 부의 차별화로까지 연결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사교육에 치중하는 비율이 높아져 성적조차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바로 공간과 부의 차별화가 학생들의 공부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유일하게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동물입니다. 바로 언어를 통해 상상을 만들어냈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상상을 하는 존재인 덕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주범임을 스스로 알고 개선하고자 하는 존재 또한 인간입니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환경을 바꾸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더 살기 좋고 더 편하고 더 안락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말입니다.


이 환경 바꿈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자 함입니다. 환경을 바꾸고자 발버둥 치는 그 근본 이유는 너무도 단순합니다. 그저 큰 사고 없이 아프지 않고 주변에 있는 모든 존재와 함께 편안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단순한 바람인 것입니다.


그래서 "Right Time, Right Place"입니다. 바로 그때 바로 그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비록 차별화로 시작된 공간일지라도 그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입니다. 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기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시너지입니다. 의지할 수 있는 언덕입니다. 함께할 수 있는 전우입니다. 그대가 지금 바로 이 시간 이 장소에 함께 하고 있어 큰 위안이자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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