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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19. 2021

별과 지구와 인간

출근하여 백팩을 놓고 의자에 앉는 순간 오른쪽 창문에서 햇살이 비쳐 책상에 한줄기 밝은 경계를 만들어냅니다. 매일 출근시간이 일정해, 책상에 앉는 시간도 비슷하다 보니 창문의 햇살 경계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창문에 반쯤 내려온 블라인드는 여름 내내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고 지금 그 상태 그대로입니다. 하지가 지난 이래 태양은 계속 남향(지구에서 나의 관점에서 그렇다는)하여 각도를 낮추어 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그 사선으로 비켜 들어오는 햇살의 형태로 시간이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23.5도로 기울어진 지구 자전축을 비롯하여 자전과 공전의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햇살의 기울기이지만 지금 이 시간, 책상이 비친 햇살의 기울기는 지금도 조금씩 책상을 반으로 빗겨 햇살이 비추는 영역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햇살을 직접 받는 책상의 모든 형태가 낱낱이 드러납니다. 햇살이 비껴간 책상 부분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햇살이 닿은 책상 부분은 하얀 먼지로 덮여있는 모습입니다. 다행히 햇살 속에 보일 것 같은 사무실 공간의 공기 중 먼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무실 환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봅니다. 햇살은 실체를 보여주는 심판원입니다. 아니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진실 전달자입니다.


태양은 생명의 근원이기에 그 근원을 보여주는 역할을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인 태양과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인 지구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에는 생명이 살 수 없습니다. 빛을 내다보니 너무 뜨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빛나는 별은 주변에 있는 어둠의 행성에 생명을 키웁니다. 그것도 골디락스의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 행성, 그것도 지구라는 행성에만 생명을 존재케 했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을 알아야 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현상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계는 별과 지구와 인간이라는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별과 지구와 인간 이외의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은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도 지구와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현상이며 빅뱅과 은하수도 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도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냇가에 졸졸졸 흐르는 물도 지구 이야기이며 그 냇가 풀숲에 사는 벌레와 송사리도 지구 생명체의 한 존재 현상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지구 상의 생명체에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별과 지구와 인간을 들여다보면 우주를 이해하게 되고 지구를 사랑하게 되며 인간을 보듬어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의 시원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고도를 계속 높인 까닭에 책상 위를 비추던 햇살은 이제 책상 끝부분에만 걸려 있습니다. 곧 햇살은 책상을 벗어나고 사무실 창문조차 넘어갈 겁니다. 그러면 시계를 보고 시간의 흐름을 다시 숫자로 치환하여 하루의 리듬을 맞출 것입니다. 창문을 넘어온 한 줄기 햇살의 눈부심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됩니다. 먼지 덮인 책상을 깨끗이 닦고 정신을 가다듬어 일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물걸레를 손에 드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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