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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26. 2021

황정민이 말한 '책임감'이 비수처럼 꽂히다

책, 활자의 무서움을 알게 하다

어제저녁 TV 채널을 돌리다, 유재석, 조세호가 진행을 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우연히 보게 됐다. 배우 황정민이 나온다. 좋아하는 배우라, 침실로 들어가려던 발길이 화면에 붙잡혔다. 연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조승우, 지진희와의 여행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에 웃음이 절로 나게 했다. 참 인간미 넘치는 전정한 배우다. 그러기에 온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배우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황정민이 어제 프로그램에서 많은 에피소드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에 가슴에 딱 와닿는 문장이 2개가 있다. "연기는 괴로운 거다. 남의 인생을 사는데 쉽게 살 수 있겠어요?"라는 말과 "관객은 돈 내고 영화를 보러 온다. 공짜로 보는 게 아니다. 그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황정민이 왜 진정한 배우인지를 두 문장이 다 말해주고 있다. 대본을 받으면 연기해야 할 대상의 캐릭터 분석을 위해 책 한 권에 달하는 인터뷰 취재와 자료조사, 현장 답사를 한단다.  그런 엄청난 사전 분석이 있었기에 맡은 캐릭터를 리얼하게, 심하게는 좀 더 과하게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황정민은 관객에 대한 책임감과 관객에 대한 예의를 아는 배우다. 돈의 가치를 아는 진정한 프로다. 황정민이 출연하면 믿고 봐도 된다는 뜻이다. 


황정민이 말한 문장이 와닿았던 이유는 최근에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책을 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황정민처럼 책을 돈 주고 사는 독자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가?" "돈 내고 읽을 만큼 가치 있는 글을 써서 책으로 엮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정민의 한 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활자화되어 엮여 있는 책을 건너다보며 화들짝 겁이 난다. 책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소스라치게 다가온다. 

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매일매일 썼던 글이니 그냥 쭉 엮어서 내면 책이 되는 줄 알았다. 출판사에서 주제를 가지고 편집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책이라는 형태를 만들어낼 테니 그렇게 흘러가면 뚝딱 책이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


책 속 콘텐츠의 엄중함을 간과하고 있었다. 활자화되어 인쇄되어 박혀 있으면 근거가 되고 증거가 되고 이로 인해 화근이 될 수 도 있음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낸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그동안 책을 읽고 독후감까지는 아니지만 소감을 간단히 적어 보내주신 분들이 계신다.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졸필의 원고를 끝까지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친히 소견까지 적어 보내주신다. 이렇게 글쓴이를 긴장하게 만드는 분들이 계시기에 한 문장 한 문장 소홀히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책 출간을 산모의 진통처럼 겪어야 한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책을 만들어야 겨우 시장에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그저 호기롭게 건방지게 책을 내놨다가는 독자들의 호된 질책과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황정민의 '돈 내고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을 향한 책임감' 한 마디는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화두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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