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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27. 2021

계단 내려갈 때 나이에 따라 고개 각도가 다르다

월말인데 마감도 해야 하고 하는데 오늘이 불금이라고, 마음을 다잡자고, 위로하는 문자들이 카톡방 문을 두드립니다. 월말은 항상 실적을 챙겨야 하는 월급쟁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달하는 때임에 틀림없습니다. 한 달간 성취한 결과를 평가받는 행위이니 당연합니다. 모두들 기대하는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혹시나 조금 미달했더라도 다음 달 더 잘하게 하기 위한 자극제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큰 스트레스 안 받고 월말을 넘기셨으면 합니다.


월말이어서 그런지 출근길 사람들의 어깨가 많이 쳐진 느낌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의 연결 연상입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전철로 출근하면서 보게 되는 군상들의 행위와 걸음걸이 등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특히 계단을 걸어 내려갈 때 어떻게 발걸음을 내딛는지와 고개의 각도를 보게 됩니다. 


중앙선 전철로 왕십리역에 내려서 2호선으로 환승을 하는데 두 개층을 계단으로 걸어 내려옵니다. 물론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만 계단을 통해 후다닥 내려오는 것이 더 빠르고 계단으로 내려오면 갈아타는 플랫폼이 더 가깝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환승역이라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앞사람 걸어 내려가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앞사람과 옆 사람이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 지 일주일 정도 되었습니다. 결론은 연령대별로 계단을 내려갈 때 고개의 각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고개가 꺾어지는 각도가 커져서 발밑의 계단을 보며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은 거의 고개를 꺾지 않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운동신경과 예측의 간격이 나이 듦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신경세포가 건강한 젊은 층에서는 계단을 내려갈 때 계단의 간격이 일정하면 발걸음을 내딛는 보폭의 간격을 무의식적으로 일정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사실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현상 자체도 예측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딛는 것 같지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앞에 장애물이 없어서 내딛어도 좋다는 사인이 브레인에서 운동신경으로 출력을 내려보내야 근육세포가 움직이게 됩니다.


계단을 내려올 때 고개를 더 꺾어서 발밑의 계단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현상은 발걸음을 예측하는데 조심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은 고개를 숙여 발밑의 계단을 확인하게 하는 절차를 행위에 추가시키게 됩니다. 물론 혈기왕성한 젊은 사람도 계단을 내려갈 때 발밑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많이 숙이지 않고 시선만 잠시 내려 깔아도 계단의 간격과 폭을 한눈에 인지합니다. 계단 간격의 규칙을 단박에 알아채기에 굳이 고개를 숙여가며 재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반면에 계단을 오를 때 사람들의 고개 각도와 시선도 살펴보게 됩니다. 계단을 오를 때는 고령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고개 각도가 꺾이지 않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올라갈 계단의 숫자와 높이가 시선의 수준에서 바로 보이게 되므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고개를 많이 숙이지 않고도 계단을 걸어내려가고 있음에, 아직은 운동신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그렇지만 플랫폼에서 걷기 시작하여 전철역 계단을 모두 올라오는데 다리 근육이 댕깁니다. 중간에 한번 쉬거나 오르는 속도를 천천히 늦춰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운동부족 현상을 매일 아침 직감하게 됩니다. 다리 근력을 키워야 하는데 주말에 10km 조깅으로 보강을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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