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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14. 2021

몇 살까지 사는게 적당한가?

오래 사는 건 위험할까? 최근 101세이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께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이를 두고 모 변호사가 "이래서 오래 사는 게 위험하다"라고 한 마디 함으로써 불거졌다.


비판한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면 되는 것을 넘어 노철학자의 살아온 세월을 끌고 들어갔다. 비판이 아니고 비난이며 본질을 흐리고 감정의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증오와 패악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나이 들면 지나온 과거는 미화되어 추억으로 남는다. 극심한 트라우마의 상처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 들면 새로운 것보다는 과거의 것이 더 좋게 느껴진다. 당연하다. 뇌에 있는 해마라는 놈은  세포가 줄어들면 그렇게 동작할 수밖에 없다. 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녀석이니 생존을 위해서는 과거를 포장하는데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학과 사상과 관점은 다양성이 본질이다. 다양성의 비교를 통해 상대를 인정하는 기반이 없는 한 토론장은 성토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토론장에는 질문을 가지고 가야 한다. 해답을 가지고 가서 끼워 맞추려고 하면 안 된다. 이 질문조차 과거가 아니고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나온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기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도 섣불리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무도 모르니 아무 생각 없이 떠드는 인간이 간혹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이 들면 헛소리를 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퇴물이 되는 것일까? 나이 들면 죽어야 하는 것인가? 몇 살까지 살도록 사회가 허락하면 되는 것일까? 치매를 양산해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키는 나이 든 사람들은 언제 죽는 것이 이 사회에 도움이 될까? 일정한 나이를 정해놓고 고려장이라도 지내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까? 도대체 몇 살까지 살아야 적당한 것인가 말이다.

몇 살까지 살아야 적당한가에 대한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나이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대충 합일한 나이가 있긴 하다. 8살이 되면 초등학교를 보내고 18세가 되면 군입대가 가능하며 선거에 있어 투표도 할 수 있다. 60세가 되면 직장에서 대부분 정년퇴직을 한다. 생물학적 신체 능력과 정신 능력이 맞물려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나이다. 


하지만 죽을 나이가 따로 있지는 않다. "세상에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라고 하지 않던가? 생물학적 신체적 기능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와 그로 인해 정신적 건강 또한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인 듯싶다. 역시 결론은 건강으로 간다.


건강하다는 것은 "몸이나 정신에 아무 탈이 없이 튼튼하다"는 뜻이다. 이 상태를 몇 살까지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죽는 날까지 운동을 통해 체력 관리를 하고 공부를 통해 정신 관리를 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보통 몸과 정신중 몸에만 신경을 쓴다. 정신은 젊었을 때나 가다듬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몸과 정신은 같이 움직이는 공진화의 표현이다. 한쪽만 건강하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나이가 들어도 지식을 확장하는 사람만이 건강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궁금한 것을 반드시 찾아서 의문을 해소하고 현장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 열려있는 지식인의 자세만이 건강하게 노후를 살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많이 알면 알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라 명료해진다. 세상은 명료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맑게 보인다. 죽는 날까지 지식을 추구하고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어떤 지식을 쌓고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지는 본인의 평소 관심사에 달렸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하면 과감히 시도를 해야 한다. 시작을 해야 길도 보이고 성취감도 생기게 된다. 그래야 120세까지 건강하게 지내다 3일 정도 쉬고 세상을 이별할 수 있을까 싶다.


 120세, 너무 오래 사나? 지겹지 않아야 할 텐데 내심 걱정이다.




** 기네스북 최장수 주인공 : 잔 칼망(Jeanne Calment / 1875-1997). 프랑스 아를에서 태어나 122세의 삶을 삶. 아직 이 최장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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