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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15. 2021

비발디가 '사계'를 다시 쓴다면?

참 발칙한 발상이다. 비발디가 다시 태어나 '사계'를 다시 작곡해 연주한다면 과연 어떻게 들릴까?라는 상상 말이다. 300년전(1725년) 자연의 사계를 담아낸 음률이 지금도 유효하냐는 질문이고 더 나아가 미래 지구의 자연에 대한 큰 질문이다.


이 상상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촉구 차원에서 현실로 만든 글로벌 AI 프로젝트가 있다. 영국 디자인/마케팅 회사인 AKQA와 과학자, 작곡가, 오케스트라가 공동 참여하여 진행하는 '불확실한 사계(Uncertain Four Seasons)'다. 한국에서는 오는 20일(수) 롯데콘서트홀에서 임지영의 바이올린 독주와 '사계 2050',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들을 수 있다. 비발디의 원곡을 비교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11월 1일 영국에서 열리는 UN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도 개막행사로 세계 각국의 '사계 2050'을 24시간 온라인 중계할 예정이다. 음악 예술계가 기후변화 경고를 하는 최고이자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과연 30년 후 우리의 기후는 어떻게 변화해 있을까? 인공지능 AI는 과연 어떻게 기후를 해석하여 선율에 실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일 이 프로젝트를 알리는 간담회가 열렸고 다음날 관련 기사와 바이올린 연주를 맡았던 임지영 씨의 인터뷰 내용들이 언론에 소개됐다. 


조선일보 기사를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 "사계 가운데 첫 악장 봄의 연주가 시작됐다. 따뜻한 봄이 와서 새가 지저귀고 시냇물 흐르는 모습이 묘사된 첫 도입부가 잔잔히 흐른다. 그런데 잠시 뒤, 전혀 다른 사계의 봄이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왔다. 얼핏 선율은 비슷했지만 화사한 장조는 음울한 단조로 바뀌었고, 몇몇 음표들은 빠져 있었다. 속도와 음정도 한층 느리고 둔중하게 변했다." 곡을 연주한 임 씨는 "평균 온도가 올라가서 한국이 열대 지역에 가깝게 변하고 해양 생물이 멸종하거나 줄어드는 암울하고 불안한 상황을 표현했다"며 "연주하고 나서 난해하고 어렵고 해괴한 분위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처음 음악 파일을 들었을 때는 3초도 지나지 않아서 끄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2050년 서울의 기후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작업한 '사계 2050 : 서울 변주곡'이다. '사계 2050'에는 기존 비발디 사계와 달리 새소리를 표현한 선율이 제거됐다. 서식지 파괴로 인한 멸종, 생물 다양성 감소가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과 가을 연주에는 폭염과 태풍 피해가 반영됐다.

현재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가 산업혁명이래 인간이 자초한 현상임은 자명하게 밝혀졌다.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파내 사용한 원죄다. 최근까지는 그 행위가 지구 기온을 올리는 것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안다는 것, 지식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그만큼 중요한 생존의 문제였던 것이다. 자연 에너지 이용률을 높이고 원자력 발전을 줄인다는 발상은 이상적이나 그 속도 조절에 실패한 현 정부의 수준을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지도층이 무지하고 무능하면 온 국민이 힘들어진다. 아니 온 인류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지구 기온이 특이점을 넘지 않도록 온 나라가 매달리고 있다. 이 특이점은 자연이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말한다. 이 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 자연은 어쩌지 못하는 파멸로 갈 수밖에 없다. 생물종의 멸망을 가져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간세가 끝나고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지구 표층을 지배할 다른 종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지구의 고통이 인간에게만 해당되면 다행일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모든 생명 종이 인간으로 인하여 같이 고통받고 멸종해 갈 것이다. 인간에게는 그럴 특권이 없다.  지구 표층에서 공진화하고 있는 한 종의 생명일 뿐이기 때문이다.


비발디의 사계를 300년 전 그 음률 그대로 다시 귀로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새의 지저귐이 있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 한여름 작렬하는 태양볕의 눈부심, 낙엽 떨어지는 소리, 한겨울 발밑에 밟히는 뽀드득한 눈 소리를 계속 들었으면 좋겠다. 비발디가 다시 태어나 사계를 다시 작곡해도 그 소리들이 빠짐없이 담긴 곡으로 말이다. 비발디 사계의 가을을 다시 한번 들어보자. 얼마나 풍부한 감성으로 들을 수 있는지 새삼 가슴이 떨린다. 종이컵 하나, 플라스틱 한 조각 덜 사용할 일이다.


비발디 사계 중 가을 : https://www.youtube.com/watch?v=AXPPzrC8F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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