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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17. 2021

노래는 과거를 퍼올리는 우물이다

골목길 한켠의 레코드 가게가 사라지고 길거리 손수레에서 팔던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이 무선 이어폰으로 들어온 이후 감성의 공유가 무뎌진 듯하다. 음악은 그 시대의 조류다. 그 시대의 감성을 대변한다. 레코드 가게와 손수레에서 들려오던 노래는 보통 2가지 부류였다. 손수레에서는 그 시절 최고의 히트곡 퍼레이드가 들렸고 레코드 가게에서는 흘러간 팝송이 주로 흘러나왔다. 간혹 잔잔한 고전 클래식을 틀어주던 고상한 레코드 가게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들렸던 음악은 사람들의 심성을 흔들었다. 길을 걷다 어떤 노래가 들리느냐에 따라 마음의 파고가 출렁출렁 감성을 탔다. 들리는 노래에 얽힌 온갖 사연이 줄줄이 엮여 연상된다. Eagles의 'Hotel California'나 Poco의 'Sea of Heartbreak'가 들려올 때면 DJ의 느끼한 목소리와 담배연기 자욱한 음악다방 한 구석이 떠오른다.


레코드 가게가 사라진 이후 우연히 들리던 노래에 떠오르던 감상은 이제 스스로 찾아 들어야 하는 개인화로 전환되었다. 감상도 우연이 아니고 필연으로 교체된 것이다. 감상을 작동시켜야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감상이 메말라간다고 할 수 있다.


감성은 우연한 듯 불쑥불쑥 등장하여 가슴을 휘집어 놓는 것이다. 의도된 감성은 감성이 아니다. 첫눈에 반하듯 가슴 꿍꽝거려야 제대로 된 감성이 된다. "이 시간에는 이 노래를 듣고 이 감정을 잡아볼까?"라고 해서는 감성이 살아나지 않는다.


감성의 기억이라는 놈은 그런 놈이다. 머릿속에 잠자고 있던 기억의 실마리를 잡아채는 것. 그래서 장기기억을 줄줄이 끌고 나오는 그런 녀석이 감성이다.


이렇게 노래와 연결된 감정과 감성들이 휘몰아쳐 몰려들면 우리의 몸이 반응을 한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움칫 움칫 어깨춤도 나온다. 과거가 현재로 환원되어 나를 차지한다. 노래는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는 창문이다.

그렇다면 과거를 불러올 수 있다면 미래도 불러올 수 있을까?


가능하다. 하지만 미래를 불러올 때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불러올 미래를 반드시 디자인해 놔야 한다. 어떠한 장면, 어떠한 모습을 불러올 것인지 상상을 하여 형상으로 꾸며야 한다. 그래야 불러올 수 있다. 형상이 없는데 어떻게 불러올 수 있겠는가? 


"오지도 않고 있지도 않은 미래의 형상을 불러온다고?" "미친 거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미래의 형상을 어려서부터 '꿈'이라는 상상으로 계속 자극해왔다. 나이가 들어서는 1년 뒤, 10년 뒤, 직장을 퇴직한 뒤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계속 세워왔다. 바로 미래의 내 모습을 끊임없이 디자인해왔다. 다만 제대로 된 모습을 그려내지 못했기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인간의 브레인은 착각인지 현실인지, 미래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메타버스의 가상세계가 등장해 인류의 판도를 바꾸는 현실에 서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브레인이 착각하도록 우리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잘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미래도 좋지만 하나씩 하나씩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일을 하고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을 계속 그려내 본다. 그렇게 미래의 모습을 형상화시켜 나가다 보면 우리의 브레인은 그것을 현실로 인식하고 목표로 인지해 우리의 몸도 그렇게 되도록 만들게 된다.


미래를 밝게 설계할 이유다. 그래야 마음도 몸도 거기에 맞춰 움직인다. 침울하고 우울하게 현실을 살고 어떻게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미래를 만날 필요가 없다. 밝고 맑게 보면 미래는 화창한 날들의 연속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사는 일이고 버티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단순하다. 밝을 것으로 믿고 밝게 행동하면 밝게 된다. 너무도 자명하다. 세상사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사랑하며 살 일이다. 가슴 떨리게 자연과 사람을 연모하며 살아갈 일이다. 뺨에 닿은 바람 한 점이 소중해지고 맞잡은 손길의 따스함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착각일지라도 기쁘고 행복하다고 최면을 걸자. 착각이 현실이 되는 기쁨을 만나보자.




ㅇ Poco - Sea of Heartbreak : https://www.youtube.com/watch?v=xOGf3L5cF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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