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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19. 2021

"너 늙어봤어! 나 젊어봤다"는 꼰대의 곤조

어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맞이하는 이 아침의 공기는 어떠할까요? 1년을 수험생과 함께 긴장하며 보냈을 시간이 이제 다른 차원의 시간으로 변해있을까요? 쌓였던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가고 홀가분한 마음에 지난밤은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을까요? 무엇이 바뀌고 어떤 것이 변했을까요?


대한민국 성인은 대부분 이 과정을 지나왔습니다. 굳이 수능 다음날의 심성을 이렇다 저렇다 감상을 섞어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말 안 해도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이해하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고했다' 한 마디로 지난 1년의 시간을 녹여봅니다. 모두들 고생했습니다.


오늘부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거실에서 마음 놓고 영화 한 편 볼 수 있고, 주말이면 오징어 땅콩에 맥주 한 잔 하며 큰소리로 웃을 수도 있을 겁니다. 수능 시험을 치른 학생을 둔 가정의 분위기가 알 수 없는 기대로 조용히 들썩일 겁니다. 1년 동안 하지 못하고 억눌러왔던 여행도 갈 수 있다는 희망에 연말 휴가 일정도 점검할 겁니다. 갈 수 있을까요?


가고 싶고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12월 10일 수능시험 성적 발표가 있고 그다음 주에는 수시 합격자 발표가 있고 12월 말부터는 정시 원서접수를 거쳐 내년 2월 초에는 정시 합격자 발표, 또한 등록의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난 게 끝나게 아니라는 겁니다. 긴장의 끈을 놓는 것은 '오늘 잠시'입니다. 미래의 어떤 시간을 향해 잠시 보류시켜 놓은 정도입니다.


너무 절망적인 시간의 노정일까요? 하지만 오지 말라고 오지 않을 시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올 시간이라면, 묵묵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몸부림치며 거부할수록 시간은 절망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는 것은 무언가 빠져있고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여유의 시간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수험생이 그동안 준비한 결과물이 앞으로 노정된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도 크기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 결과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들을 지켜내고 이겨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함께 합니다. 사실 준비라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이 결과를 받아낼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들을 너무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도 이미 너희와 같은 시간을 지나왔고 지나와 되돌아봤더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라고 이야기해준다고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항상 자기 자리가 제일 힘든 법입니다. " 너 늙어봤어! 나 젊어봤다"는 꼰대의 항변입니다. 나이 들어 경험해 봤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기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각 세대에 맞는 고민, 나이에 맞는 고민, 성별에 맞는 고민들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은 그 많은 변수 중에 하나일 따름이고 젊은 세대에게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변수이자 용어입니다. 


세대의 고민을 듣고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중요합니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들어봐야 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성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것 같은 랩을 들으면 어떻게 저런 넋두리를 중얼거리는데 노래가 될 수 있지?라고 반문할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한번 랩을 끝까지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아마 대부분 꼰대들은 BTS의 다이너마이트 곡조차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감정과 의식과 생각은 사회가 만들고 사회에 물들어 있습니다. 세대 간의 단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위치가 되어보고 서로의 시선을 맞춰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답답해서 그저 입 다물게 하고 혼날 것 같아서 조용해 묻어두게 해서는 안됩니다. 생각을 드러내게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이유를 말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자녀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라도 슬그머니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물어보시죠. 대화는 은근한 접근과 관심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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