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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재료를 바꾸면 당연히 결과도 바뀐다

by Lohengrin

우리는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계획을 세웁니다. 지금도 연말에 접어든 시기라 내년도 업무계획을 열심히 짜고 계실 겁니다. 시장 환경을 분석하고 거기에 적합한 소속 회사의 역량을 결합시켜 내년에 달성할 실적 목표까지 예상해냅니다. 이 리포트를 최종적으로 만들어내기까지 여러 빅데이터들이 동원되고 최근 3~5년 치 과거 실적과 경험들이 반영되어 내년에 새롭게 진행할 프로젝트들의 얼개를 짭니다. 부서별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조율되고 수정되어 최종 계획안이 확정되면 내년도 사업이 이 계획안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중간중간 사업 수정도 있겠지만 계획된 큰 그림 안에서 대부분 진행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오늘 하루 무엇을 할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이불을 개고 양치질을 하고 아침 샤워를 하면서도 그다음에 해야 할 일들을 전체적으로 생각해 내서 하루의 틀을 짭니다.


하루의 계획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꿈을 원대하게 가지라고 수없이 교육받고 학습받아 왔습니다. '꿈' 바로 인생에 대한 설계입니다. 어려서 마음과 머릿속에 담아둔 꿈의 설계가 한 사람의 인생에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 모든 현상과 결과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내 머릿속에서 발원합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일은 오직 내 마음에서 지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이라는 녀석이 내 머릿속 어디에 자리를 잡고 있을까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How Emotions Are Made : The Secret Life of the Brain)'의 저자인 리사 펠드만 바렛(Lisa Feldman Barrett)에 따르면 "뇌는 과거 경험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추가해서 알게 된다"라고 합니다. 바로 예측을 한다는 겁니다. 이 예측은 우리 브레인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로 반드시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합니다. 경험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근원입니다. 이 예측은 세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해하게 해 줍니다. 결국 뇌가 세상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뇌가 예측하고 자신의 경험을 구성한다는 겁니다.

감정과 경험과 꿈과 계획은 내가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머릿속의 어떤 회로를 통해 돌아가서 발화하는 현상이 아니고 딱딱한 두개골에 갇힌 수십억 개의 뇌세포가 뇌 속에서 한 순간 일어나는 생각으로 만들어내는데 그 생각조차도 그저 짐작(guess)으로 만들어냅니다. 짐작이 조금 정교해져 예측이 됩니다.


예측은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일체유심조입니다. 신체활동에는 고유한 감정은 없습니다. 내가 의미를 부여할 뿐입니다. 외부 현상을 나의 신체활동이나 상황과 연결해 의미 있게 구성을 하여 짐작을 하고 예측을 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웃음이 슬픔을 의미할 수 있음을, 눈물이 행복을 의미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물론 신체의 생리에서 비롯되는 단순한 느낌인 차분함, 불안함, 흥분, 편안함, 불편함 같은 느낌은 이미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느낌은 감정이 아닙니다. 예측을 하는 재료로는 활용됩니다. 예측은 신체의 감각과 연결되어 단순한 느낌을 주변의 일들과 연관 지어줌으로써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줍니다. 그 결과물이 감정이 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을 만드는데 쓰는 재료를 바꿔준다면 마음 자체도 완전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재료를 바꿔주면 뇌에서 내일을 다르게 예측할 수 있게 가르칠 수 있게 됩니다.


리사 펠드만 바렛은 '경험 설계자'가 되라고 합니다. 불안 대신 활동적인 투지를 대신 입력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지는 뇌가 다른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씨앗이 되고 그러면 초조함을 잘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바렛은 이를 '감성지능 활동'이라고 합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행동과 만들어낸 경험은 우리 브레인이 내일 만들어낼 예측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고 감정적 고통의 수치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험을 다르게 구축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감정적 고통이 삶에 끼치는 영향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연습과 훈련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쉽지 않다고요?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평생 고착된 짐작과 예측의 루프가 확고히 정해져 버렸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계속 생각을 바꾸는 연습을 하면 바꿔집니다. 침침했던 내일이 환하게 보이고 회색의 하늘이 푸르게 바뀌며 불안으로 가슴 뛰던 현상이 즐거워 뛰는 가슴으로 바뀌게 됩니다. 세상은 내가 만들어낸 현상을 보여주기에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없이 살만한 곳으로 변화를 합니다. 어떠십니까? 내 마음속, 내 머릿속 세상을 다시 세팅해보지 않으시렵니까? 맑고 밝고 화려하게 말입니다.




ㅇ 리시 펠드만 바렛의 TED 강연 (2017년 12월) https://www.ted.com/talks/lisa_feldman_barrett_you_aren_t_at_the_mercy_of_your_emotions_your_brain_creates_them?languag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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