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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30. 2021

늙지 않는 여성에 낚이다

컴퓨터를 부팅하고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이메일을 확인하고 여러 메일을 확인한 후 duam 포털사이트의 화면을 옆에 있는 다른 모니터에 띄웁니다. 첫 화면에 많이 본 뉴스 목록이 7위까지 표시되는데 3위에 랭크된 기사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늙지 않는 이 여성에 꽂혔다. 대기업도 80억 깜짝 베팅"입니다.


헉 ^^;;; "드디어 늙지 않는 약이 나왔나 보군"하는 느낌이 들어 잽싸게 기사를 클릭해 봅니다.


이런 제길, 제목에 낚였습니다.


기사는 대기업들이 가상인간을 만드는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인간이니 늙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기사 제목이 틀렸다고 탓하기도 뭐합니다. "허허 그렇군. 낚시형 제목으로는 기가 막히게 뽑았네" 씁쓸하지만 칭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요즘 폭풍처럼 유행하는 메타버스의 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지난해부터 광고 분야에서는 가상인간이 탑모델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은행 광고 모델로 출연을 시작해 최근에는 뷰티 광고까지 섭렵하고, 전기 자동차 광고 모델로 까지 진출을 했습니다. 광고업계에서 가상인간의 등장은 일대 혁신입니다. 스캔들 날 일 없지, 늙지 않지, 옷값 안 들지, 뭐 무수히 많은 장점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광고주가 원하는 어떤 형태든 연출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좋은 광고 모델이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가상인간이 활약하게 된 데에는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세한 표정 변화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을 부여해 버추얼 캐릭터들을 실제 사람처럼 대화도 가능하도록 구현해내는 단계에까지 왔습니다. 화면상으로 봐서는 사람인지 가상의 캐릭터인지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은 왜 속고 있는 세상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실제 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강해서일까요?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에서는 가능해서 일까요? 아직은 실재와 가상이 처음으로 뒤섞이는 혼동의 시대로 들어서는 순간에 서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브레인이 세상을 보는 현상과 메타버스의 가상세계 구현이 똑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브레인은 근본적으로 운동을 만드는 곳입니다만 가상과 실재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단적으로 놀이동산에서 좌석이 움직이는 시뮬레이터에서 헤드셋을 쓰고 있으면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긴장감과 흥분을 느껴보셨을 겁니다. 의자에 앉아 있음에도 마치 우리 몸은 폭포를 따라 계곡 밑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푸른 하늘을 정신없이 날고 있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압도되고 들리고 만져지는 것에 움찔하게 됩니다. 그것이 조작된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브레인이 두개골에 갇혀 깜깜한 공간 속에 있다 보니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들어온 입력 정보를 가지고 해석을 할 뿐입니다. 그것도 의미를 부여해가며 말입니다. 이 의미와 해석이 쌓여서 예측이 됩니다. 브레인은 보이지 않는 실물을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메타버스의 세계와 이어졌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교묘하고 영악한 동물입니다. 가상 세계와 실재를 혼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만들어 냅니다. 새로운 영역의 공간을 창조한 것입니다.


'늙지 않는 인간', 가상공간에서만 가능한 개념이 아니고 실재 인간도 늙지 않게 하는 상황이 곧 벌어진다고 합니다. 늙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을 수 도 있다는 겁니다. 최근 미국의 줄리아 홉킨스라는 105세 할머니가 100미터를 1분 2초 정도에 뛰어 세계 신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100살이 넘었는데도 100미터를 뛸 수 있다는 이 현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넘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특이하고 특별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점에 과학은 주목합니다.


하나의 예외라도 있으면 예외가 아니고 보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과학의 열정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늙지 않는 비결은 간단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늙지 않는 것은 녹녹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건강하게 늙을 수 있는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합니다. 그때까지 정신이 나약해지지 않도록 공부하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운동해서 지켜낼 일입니다. 이제 곧 100세가 되어도 아침에 4km 조깅을 하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샤워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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