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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10. 2021

질은 양에서 나온다

똑똑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많이 안다는 것이다. 많이 알아야 비교를 할 수 있고 거기서 논리가 나오고 창의력이 발휘된다. 많이 안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 일이다. 지식을 많이 쌓아야 거기서 새로운 조합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조합을 많이 내놓으면 똑똑하다 그런다.


우리는 똑똑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지식 쌓기에 도전해왔는가? 사실 지식 쌓기는 암기식 교육이 최고의 방법이다. 외우지 않고 내 것이 되는 지식이 있는가? 암기식 교육을 호도하고 자기 비하하는 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어차피 교육은 암기식이지 않은가 말이다. 세상에 스스로 깨우쳐 치는 일은 없다. 누군가에 의해 닦여진 길을 걷고 쌓인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간의 숙명이다. 그것이 사회화다. 사회화 과정을 암기식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암기식 교육으로 그나마 몇몇 키워드를 기억하고 있다. 몇몇 키워드조차 주입해 머릿속에 넣지 않았다면? 더 창의적으로 되어 세상을 달리 봤을 거라고? 천만의 말씀.


초기 교육은 강제 암기식으로 하는 게 맞다. 이미 인류가 선행해서 쌓아온 지식을 한꺼번에 축약해서 강제로 떠먹여 주는 게 맞다. 물가에만 데려가고 물을 먹을지 안 먹을지는 본인에게 맞겨놔야 한다고? 물도 강제로 먹게 해서 물맛을 알게 해주는 것까지 해야 한다. 물맛을 알아야 쓴 지 단 지 비교가 되고 더 마실 건지 그만 마실 건지 더는 안마실 건지 결정할 수 있다. 우리는 물가에 데려가기만 했지 물맛을 보여주지 않는 게 문제가 있다. 강제로라도 물맛을 보게 했느냐 아니냐가 성패를 갈랐다. 물맛을 본 자만이 지식의 호수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주변의 내놓라는 석학들이며 인재들을 보자. 지식을 머릿속에 주입하지 않은 자 어디 있는가 말이다. 그들은 정말 머리 터지게 지식을 공부하고 공부하여 남들보다 비교를 더 잘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다. 결국 모든 인재는 쌓아온 지식의 양으로 승부를 낸 사람이다.


엄청난 지식의 양이 쌓여야 그 안에서 질이 나온다. 해외에 유학 갔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양 학생들에게 도저히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엄청난 양의 논문 레퍼런스다. 물론 언어적 한계로 인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 조차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한 주제에 대해 읽어내고 참조하는 관련 정보들이 엄청남에 놀 난다. 전문 서적 한 권 들춰보면 뒤에 레퍼런스 된 논문 목록이 100페이지에 달하는 책들도 종종 보게 된다. 우리는 어떤가? 논문 한 편 쓰기 위해 참고하고 읽어보는 관련 자료 목록들이 100페이지는 아니더라도 100편은 될까? 언감생심일 거다.  너무 비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논문 50편이나 읽을까? 그나마 논문에 인용되는 자료 레퍼런스의 대부분은 다른 논문에서 다룬 것을 재인용하는 과정에서 그저 가져다 붙인 레퍼런스 제목이 아니던가? 레퍼런스한 논문이 많은 것처럼 제목달기에 더 집중했던 것은 아닌가 말이다. 


지식의 양을 쌓기 위해서는 공부의 계획이 필요하다. 주먹구구식 집어넣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암기식과 주먹구구식을 동의어로 인식하여 헷갈려온 탓이다. 효과적인 문제 해결과 합리적 사고는 많은 양의 지식과 경험이 깊이 관여된다. 창의성은 목표지향성에 의해 가이드를 받는 방향을 말한다. 창의성은 바로 양질의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똑똑해지기 위해서라도, 아니 이 나이에 똑똑해져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성찰과 고민의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지식 채집에 나서봐야겠다. 그래도 알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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