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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08. 2021

처음인데 마지막이길

갑상선암 판정 이후 수술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

 글의 소재 하나를 오늘로써 버리려고 한다. 바로 갑상선암 관련 내용이다. 그동안 한 달여 조금 넘게 갑상선암 관련 글들을 써왔다. 그래 봐야 갑상선암 관련된 글을 쓴 것은 열 번도 안되지만, 암 판정 이후의 자잘이 변화하는 마음의 움직임에서부터 수술 날자가 잡히고 수술에 들어가기까지 과정 그리고 퇴원하고 심신의 상태변화까지 소상히 적었다. 혹시나 나와 같은 증상으로 자료를 찾거나 위안을 삼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듯해서다.


오늘로써 퇴원 후 3일째를 맞는다. 퇴원 후 이틀은 연차 휴가를 내서 쉬고 오늘부터 출근을 하려고 했었다. 그랬는데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추세에 있자 회사에서도 다시 재택근무 인원 확대에 들어가는 덕에 이번 주 내내 재택근무하기로 근무형태를 바꾸었다.


신체기능은 퇴원한 일요일 오후에는 수액이나 진통제 등 모든 약병을 떼고 적응을 하느라 그랬는지 조금 다운되는 느낌이었고 오한도 오고 했는데 하루가 지난 다음부터는 완전히 리셋된 느낌이다. 수술한 부위가 아직 아물지 않아 수술부위에 붙인 거즈를 제거하지도 않은 상태라 조깅 등 운동을 재개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산책을 하고 신체 적응도를 살펴봤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 움직임의 범위를 넓혀도 전혀 지장이 없음을 확인했다.


퇴원 후 아침마다 갑상선 호르몬제 신지로이드(Synthyroid) 0.1mg 한알을 식전에 먹는다. 용량은 다음 주 화요일, 외래진료를 갈 때까지 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수술한 터라 하루 3끼 식사 후 해열 소염진통제 캐럴 에프 정(Carol-F Tab) 1알과 소화제 노자임 캡슐(Norzyme cap) 1알을 같이 복용한다. 오늘 이후로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제외하고는 먹지 않기로 한다. 호르몬제야 갑상선 절반을 제거했으니 호르몬 분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으테니 남은 반쪽이 자기 효율성을 높일 때까지는 보충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복용하는 용량도 0.1mg짜리라 이 용량이 체내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적은 용량이라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호르몬의 세계인지라 일단은 주치의 선생님의 처방을 따르기로 한다. 하지만 진통제 및 소화제는 보조적인 약제 처방으로 혹시나 수술 이후로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느라 발생할 소화불량과 수술부위가 아물면서 발생할 통증 완화에 관한 것이라 나에게는 이제 더 이상 소용이 없다. 7일 치가 더 남았지만 안 먹어도 될 듯하다. 일단은 외래일까지 놔두었다가 경과를 봐가며 복용을 하던가 병원에 반납을 할 예정이다. 약은 최대한 먹지 않는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사실 갑상선암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병원에 입원해본 적이 없다. 평생 한약 한번 먹어본 일이 없고 침 한번 맞아본 일이 없다. 암 판정을 받고 수술 전까지 한 달간 한의원을 하시는 지인분께서 수술 전까지 신체 건강을 잘 살펴놓는 것이 좋다고 한 달치 약도 보내주시고 직접 약한 부위에 침도 놔주시고 부황도 해주시고 해서 처음 한약도 먹어봤다. 수술 이후 거의 히루만에 신체기능을 재부팅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 아닌가 한다. 평생 병원을 다닌 적이 없어서 오래전에 건강보험공단에서 20만 원 상품권을 받았던 일도 있다. 공단에서 하는 무슨 추첨인가에 우수회원(?)으로 당첨되었다고 헤서 받은 기억이 난다. 이번 암 수술로 인하여, 평생 건강보험료를 내기만 했는데 중간정산을 한 기분이다.


하지만 병원 신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란다. 다음 주 외래 진료를 가면 수술할 때 떼어낸 조직을 재검사하여 최종 암에 대한 결과를 알려주고 향후 추가 진료나 재활, 방사선 치료 등까지 검토되겠지만 지금 상태로라면 호르몬제 복용을 하는 것 이외에는 추가로 관리해야 할 사항이 없을듯하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이렇게 금방 찾아왔지만 그 일상이 스트레스로 휘감긴 수술 전의 일상은 분명 아닐 것이다. 아니 상황은 같을지 모르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나의 몸과 마음은 전혀 달라져 있다. 더 강인해져 있을 것이고 더 튼튼해져 있을 것이다. 똑같은 자극이 들어와도 개무시할 정도의 내공을 쌓았다고나 할까?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일까? 당해보고 다시 일어서 봐야 극복하고 싸울 힘도 생기고 무장을 할 계획도 세울 수 있는 것인가 보다. 같은 자극에 다시 침공을 받는다면 그건 나약함을 보여주는 증표일 것이다.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암의 지배를 받는다면 죽어 마땅할 것이다. 살 가치가 없다. 그 정도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말이다.


이제 나에게 갑상선암은 예의 주시해야 할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보려 한다. 증상에 매몰되어 스트레스받고 두려움이 증폭되는 어리석음의 마음을 놓아 버릴 때가 된 것이다. 기쁨 충만한, 하늘 가득 푸른빛 가득한 그런 자연으로 심신을 재충전시킨다. 부스터 버튼을 눌러 앞으로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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