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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16. 2021

천재의 데이터베이스를 들여다보자

내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살바도르 달리 그림 140점이 전시되고 있다.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피게레스(Figueres)에 있는 달리 박물관과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박물관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을 함께 모은 전시회다.


전시 작품수가 의외로 적어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고, 달리하면 떠오르는 녹아내리는 시계가 그려진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 그림도 이번에는 못 들어왔다고 하니 더 아쉽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달리의 작품을 이렇게 연대기 순으로 볼 수 있는 행운은 흔치 않은 기회다. 꼭 한 번은 들러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명 미술가들의 그림에 그렇게 맹목적으로 환호하는 것일까? 달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피카소에 대한 열광도 그렇다. 그들은 정말 한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그림의 천재들이어서 그런가? 그들이 그린 그림은 보고만 있어도 우리에게 어떤 삶에 대한 영감을 주는가?


글쎄!


그림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볼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진리는 그림을 볼 때도 철저히 적용된다. 그림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지 못하고 해석해내지 못하면 그저 흰 캔버스에 칠해진 물감의 농도 차이일 뿐이다. 그림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도 감정도 파문이 되어 등장하지 않는다. "달리의 그림을 진품으로 봤어" "잘 그렸던데"정도의 상투적인 말밖에는 할 수 없다면 굳이 전시장을 찾을 필요조차 없다. 인터넷 공간에 널린 것이 달리의 그림이다.


 그래서 전시장을 가기 전에 전시되는 그림과 작가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가야 한다. 그래야 그제야 그림이 보이고 그림 속 형상에 말을 걸 수 있다. 이것도 부족하다. 반드시 전시장 도슨트의 해설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찬찬히 다시 한번 그림 앞에 서서  작가의 시간과 고뇌와 영감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들여다보면 작가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된다.

살바도르 달리는 어떠한가? 상식을 깨부수는 천재화가로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초현실주의자로 20세기 피카소와 함께 가장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달리는 역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정신 분석의 창시자라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로부터 받은 '꿈의 해석'에 대한 영감은 작품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뼈대가 됐다. 꿈을 연구한 알렌 의 동료였던 스틱골드가 "프로이트의 말은 50%는 맞지만 100% 틀렸다"라고 했다. 프로이트는 꿈의 내용에 집착했는데 꿈의 스토리는 난센스다. 꿈은 숨겨진 욕망이 아니라 정서가 실린 움직임이다. 하지만 달리는 그 틀린 프로이트의 해석을 그림으로 덧칠을 해 작품을 만드는 소재로 100% 활용했다. 정신세계를 그림이라는 예술로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다.


그래서 달리의 의외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보러 가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해내는 그 능력을 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달리와 피카소가 타고난 천재인 줄 잘못 알고 있다. 물론 어려서부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긴 하나 처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유명한 작품을 그려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유명화가들이 끊임없이 쌓아온 노력의 데이터베이스를 못 봤고 모르기 때문에 그들을 단지 천재라는 단어 하나로 치부해버리고 신화로 만들어 버린다. 달리나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정말 단순하고 심플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 작품들을 보고 누가 나중에 그런 엄청난 화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말이다. 나중에 유명해지고 나서 어린 시절 그린 작품을 보니 뭔가 대단했던 것처럼 미화시켜 해석한 것은 아닌지.


달리나 피카소는 그림이라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획득했고 그 분야에서 차별화되고 남다르고자 했던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했기에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들이 절박하게 하고 싶고 하게 만든 욕망의 동기를 찾아보자. 달리나 피카소가 눈이 3개가 아니고 손가락이 6개가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데 이들만의 독특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욕망의 근원을 들여다보자. DDP 가서 그림을 들여다보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단서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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