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Dec 23. 2021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 재생하기

이틀 후면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뭐 특별한 날일 까만은 60-70년대 근대화를 지나오면서 서양문화가 뼛속까지 스며있는 세대에게는 조금 남다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자기 주변의 환경이 어떠했느냐가 제일 중요함은 불문가지입니다. 크리스마스도 사회화가 만든 공통 정서로 자리를 잡았음에 틀림없습니다. 종교의 차원을 떠나 누구에게는 하루 더 쉬는 휴일이 될지언정, 겨울의 추위 한 복판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와 겹쳐 묘한 아쉬움이 배어 있는 상황을 절묘하게 역전시키는 반전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벼운 들뜸이 찾아옵니다. 밖에 나가야 할 것 같고 나가면 흰 눈이 올 것 같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할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관계없이 긍정의 감정을 만드는 단어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단어의 의미화 과정입니다만 우리 사회에서는 반세기 만에 긍정의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크리스마스와 관련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설사 안 좋은 기억이 있더라도 이젠 시간의 미화로 인하여 해프닝의 추억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기억의 사실까지도 바꿀 수 있는 힘이 바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가진 무한의 능력입니다.


하지만 이 긍정의 단어를 떠올릴 기회를 많이 상실한 사회가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파편화되어 개인화로 숨어버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길거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길모퉁이 레코드 가게 있을 시절에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는 어김없이 캐럴이 하루 종일 흘러나왔습니다. 달력을 보지 않고도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레코드 가게뿐만이 아니고 길거리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가판에서도 온통 캐럴을 틀어주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리듬입니다. 이 리듬은 캐럴의 밝은 박자와 가사로 공명을 더해 감정을 배가시킵니다. 그래서 분위기 잡는데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 됩니다.

그래도 감정은 개인화의 형상이라 본인이 찾고 느껴야 작동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아무리 점점 숨겨져 가고 코로나19로 인하여 드러낼 수 없는 형국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 어떻게 찾아내 감정에 불을 붙일 것인지는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가족 중에 생일이 아니라도 꼭 케이크를 사서 들고 가던 날이 크리스마스 아니던가요? 꼭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그래도 오늘만큼은 가족끼리 케이크를 자르고 먹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 말입니다.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 입에 물고,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하고 스토리도 다 알고 있지만 '나 홀로 집에' 영화 시리즈를 한 편 보고 웸(Wham)의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 한 곡 정도는 들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크리스마스 말입니다.


설렘의 감정은 나이 들었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끄집어내지 않았고 없을 거라 지레짐작했기에 심장이 뛰지 않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봅시다. 언젠가 받았던 선물을 떠올려보고 이젠 내가 나눠줄 작은 선물을 준비해 봅니다. 작은 것 하나 나눔은, 행복의 감정을 촉발하는 움직임의 시작이 됩니다. 혹시 창고에 잠자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면 오늘 꺼내보시지요. 전구에 불이 들어오나 전원도 연결해 보시지요. 거실 구석에 세워 분위기 한번 잡아보시지요.


그리고 요즘은 참 보기 어렵고 귀한 손글씨 연하장 한 장 써보시지요. 카톡과 이메일 연하장이 주는 의례적 인사로 주고받느라 무심해진 감성에 손글씨 가득한 카드로 진심을 전해보시지요.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잊힌 것이 아니고 내가 그동안 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았기에 멀어져 있었을 뿐입니다. 사회가 변했고 사람들이 변했다고 핑계를 대고 있었을 뿐입니다. 내가 먼저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소환해서 하나씩 만들고 쓰고 전해주면 흰 눈 쌓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새벽송 돌던 기억까지 따스하게 되살아날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천재의 데이터베이스를 들여다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