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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13. 2020

디지털 시대의 전문가 조언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손에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무언가 뒤쳐진 것 같고, 남들 속에 끼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입니다. 기술의 족쇄를 스스로 손에 들고 다니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중독의 메커니즘과 똑같습니다.


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종이신문의 시대는 가고 모바일 온라인을 통해 정보의 접근이 용이해짐으로써 편리해졌을까요? 정보의 왜곡은 없을까요?

2년 전, 이 의문을 품고 뉴욕타임스의 파하드 만주라는 IT 전문기자가 두 달 동안 모든 뉴스앱을 끊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3개의 신문만 매일 아침 40분씩 읽고 '두 달 동안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접하면서 내가 배운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360만 유료 구독자도 3/4이 디지털 구독자랍니다. 신문이 가장 중요한 정보 창구라고 대답한 미국인은 전체 3%도 안되며 20대 젊은 층에서는 신문이 가장 '덜' 중요한 뉴스 출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파하드 만주 기자의 결론은 " 처음엔 불편했다. 그러나 인생이 바뀌는 경험이 됐다. 뉴스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게 됐다"입니다. 하루 지난 소식을 종이로 접하는데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더 제대로, 폭넓게 정리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고 더구나 무분별한 속보를 놓치고 정확한 팩트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뉴스를 읽지 않는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 두 달 동안 책을 6권이나 읽었고 도예수업에도 등록하고 남편과 아빠로서도 조금 더 가족들의 말에 경청할 여유가 생겼답니다.


파하드 만주는 뉴스의 디지털화가 우리의 정보 선별 처리과정을 망쳤다고 말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에코 챔버(Echo-chamber :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쪽에 치우친 주장을 확산시키고 증폭시키는 현상)에 갇혀버렸고 오보는 점점 심해지고 흑색선전에 쉽게 약해집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가짜 영상이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정말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내용이긴 하지만 파하드 만주 기자의 두 달간의 경험을 토대로 '제대로 뉴스를 읽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진짜 뉴스를 접하라(Get News)입니다. 온라인에서 접하는 뉴스 중 대부분은 진짜 뉴스가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논평(commentary)에 불과합니다. 이 논평은 현상을 명확하게 보도록 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자들의 이해를 왜곡시킵니다. 온라인에서는 논평이 팩트를 앞서 나가 많은 정치인과 전문가조차 실제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지도 않고 목소리만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파하드 만주는 두 번째로 '너무 서두리지 마라(Not too quickly)'고 조언합니다. 현실은 의외로 느립니다.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까지는 전문가들이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빠릅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그것이 오보인지 확인할 시간도 없이 뉴스를 사실이라며 전달해줍니다. 전문가의 분석과 시각이 담기기도 전에 현장 동영상이니 진실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는 오류투성이의 인간임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하드 만주는 '소셜을 끊어라(Avoid social)'고 권고합니다. 파하드 만주는 "두 달 동안 종이신문만을 읽고 나서 신문 그 자체가 좋았던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가 나빴던 것이다"라고 지적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설계 자체가 애초에 깊이보다는 속도에, 사실보다는 핫이슈에, 잘 분석된 뉴스보다는 노련한 선전가의 말이 더 칭송받고 보상받는 체계라는 겁니다. 그는 반드시 종이신문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뉴스를 소비하는 의식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하루에 한 번만 뉴스 앱을 본다든지, 잘 정리된 아침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중요한 건 속보를 쏟아내는 매체보다는 깊이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매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파하드 만주는 마지막으로 조언합니다. "뉴스 알람을 켜 놓지도 마라. 끊임없이 뉴스 파편들을 보내서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 뿐 전혀 인생에 필요가 없다. 만일 진짜로 큰일이 터졌다면 어떻게든 알게 되니 걱정하지 마라. 무엇보다 당부하건대 제발 뉴스를 읽는 주요 통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라고 말라지 마라. 여러분을 위해 하는 말이다"


파하드 만주의 조언에 공감이 가시나요? 스마트 폰을 손에서 아예 놓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우리 현실이지만

가끔은 디지털의 세상을 떠나 아날로그의 세상에 들어가 있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디지털이 주는 차가움과 딱딱함보다 아날로그가 주는 포근함과 차분함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얼굴 보고 마주 앉아 차 한잔, 맥주 한잔 같이 하면서 세상 살아온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더욱 그리워지는 아침입니다.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를 두는 작금의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불금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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