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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05. 2022

명품 소비는 가치일까? 사치일까?

매년 세계 명품시장분석 자료를 내놓는 컨설팅 기업인 베인 앤 컴퍼니(Bain&Company)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명품 소비층 중에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46%에 이른다고 한다. 그동안 명품 소비는 극소수 상위권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는데 그 경계가 허물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추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베인 앤 컴퍼니의 분석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만 국한해서 비교해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연말 백화점 바겐세일을 할 때면 백화점 문을 열기도 전인 새벽부터 명품관에 줄을 서서 입장 대기를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꼭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프리미엄 아웃렛을 가봐도 소위 명품 매장에는 많은 줄을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브랜드마다 입장 인원을 제한해서 일부러 줄을 서게 함으로써 시각적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꼼수도 있을 테지만 줄을 서서라도 매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연령층을 보면 대부분 4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젊은 층들의 명품 선호 현상은 부의 개념이 바뀐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돈을 쓰는 소비패턴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대리만족? 아니면 허영심?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를 못하다 보니 보상심리 차원의 명품 소비로 트렌드가 변화한 것으로 해석을 할 수 있을까? 겨우 생활비 마련하기 바쁜 젊은 세대들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방이나 구두, 패션 잡화를 걸치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정상적인 행위일까?라고 비판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50-60대 꼰대들의 시각으로 보면 한심한 소비행태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저축해도 시원찮을 판에 한낮 기방 같은 물건을 수백만 원을 들여 산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패턴에는 복잡한 사회 현상이 버무려져 트렌드를 형성한다. 소비의 다양화를 어떤 한 영향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 해석하기엔 애매하다. 젊은 세대에게 있어 명품은 그저 "디자인 좋고 품질이 좋은 상품"이라는 해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품질이 좋기에 제시한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몇 달을 모아서 명품 가방 하나 사는데 지른다. 이것은 명품을 지니고 있다는 자랑거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명품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아우라를 나의 배경으로 삼고자 하는 졸부의 심리를 뛰어넘은 것이다.


"품질 좋고 디자인 훌륭한데 브랜디 밸류까지 있네", 생각의 전환이다. 꼰대들의 생각에는 브랜드 밸류와 품질이 좋긴 하지만 그 밸류에 따른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데 방점을 찍는다. 기능적 측면을 들이댄다. 간단한 화장품, 지갑, 휴대폰 정도 넣고 다니는 용도인데 그렇게 비쌀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논리다. 그래서 비싼 명품 브랜드를 지니고 있는 것을 '돈 있음에 대한 자랑거리'로 밖에 해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꼰대들의 이런 사시적 견해도 무시할 수는 없다. 명품 선호에 대한 개인적 취향에 잘잘못을 들이댈 일은 아니지만 과도한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을 젊은 층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부의 편중에 대한 염려가 스멀스멀 작동함은 어떻게 할까? 취업전선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을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명품관 앞에 줄 서 있는 또 다른 젊은이의 모습을 오버랩시킨다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말이다. 젊을수록 페르소나의 가면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맞을까?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맞는 가면을 쓰는 다층적 자아를 젊은 층일수록 더 잘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명품 소비는 가치와 사치라는 양날의 검이다. 젊은 층들의 명품 소비를 좀 더 가치 쪽으로 기준점을 이동시키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현재의 위치를 가리고 숨기기 위해 겉을 포장하는 물건으로 명품을 소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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