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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06. 2022

말은 인격의 거울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을 전하는 것입니다. 행동으로 보여줄 수 도 있지만 말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자연을 지배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말은 사람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어느 정도의 지식을 쌓은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 지조차도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속이려고 감언이설로 장황하게 떠벌여도 결국은 금방 탄로가 납니다. 말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서 말로 포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말의 품격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사람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의 품격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공부한다고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 합니다. 학습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말하는 법'에 대한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눈치껏 익혀야 합니다. 


'말하는 행위'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태어나서 옹알이하고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언어를 따라 하고 유치원과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당연히 익히고 알 수 있는 능력이기에  '말하는 것을 배우고 학습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능력이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저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게 방치해온 것이 '말한다'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감정을 상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나아가 즐거움을 얻기도 합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말이자 언어에서 옵니다. 감정도 언어에서 시작하며 생각도 언어에서 출발합니다. 언어인 말이 인간 생존의 본질을 규정합니다.


그래서 말에도 품격과 세련미가 있어야 합니다. 말의 품격과 세련미의 전형은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의 수상 소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이자 배급사 대표였던 브래드 피트를 보고 "브래드 피트, 마침내 만났네요. 내가 텔사에서 영화 찍을 때 어디 있었어요?"라고 던지는 유머를 비롯하여,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여배우들에게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자기를 낮추는 화법까지 구사하며 정중함도 잃지 않았다. 자기에 대한 당당함을 세련된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내공이 쌓여야 당당해지고 그 안에서 품격이 나오고 세련미가 배어 나오는 겁니다.


우리는 아무 말이나 뱉어내고 주어 담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주로 정치판에서 봅니다. 여과의 거름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배설하듯 쏟아내는 아무 말 대잔치의 현장을 봅니다. 정제되지 못하고 학습되지 못한 우리 사회 말의 수준을 정치판에서 보는듯하여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정치판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 발표장처럼 만들 수는 없을까요? 격이 다르다고요?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다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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