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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8. 2022

편파판정 시시비비

때로는 진실이 두 개일 때도 있다

지난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중계를 시청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분노하고 허탈했을 것이다. 편파판정으로 상심했을 한국 대표 선수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롯이 올림픽의 영광을 위해 노력했을 텐데 자기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판정의 애매함으로 인해 결승전에 나가보지도 못하는 안타까움에 젊은 선수들이 상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절치부심하면 설욕할 기회가 반드시 올 테니 말이다.


이번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앞으로 선수들끼리 부딪치며 몸싸움을 하는 경기는 올림픽 종목에서 모두 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트트랙의 경우도 스피드 스케이팅처럼 자기 레인만을 달리게 하여 속도로 승부를 하게 하면 이번과 같은 편파판정의 시비는 없을 텐데 말이다. 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국뽕의 기운이 이 아침까지 남아있으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한편 이번 쇼트트랙 경기의 편파판정은 분명 시비를 가려야겠지만 "일방적으로 중국을 밀어주기 위한 뒤집기 판정이었을까?"를 한번 되물어보자. 비디오 판독을 하고 규정 위반을 판정하는 심판진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테고 말도 안 되는 판단을 하면 국제적 비난을 받을 것을 뻔히 알 텐데도 불구하고 그런 일방적 편파판정을 내렸을까? 돈을 얼마나 처먹었으면 그럴까? 이런 상상은 상상일 뿐이다. 영화 모가디슈를 보면 남한 대사역을 맡은 김윤석이 "때로는 진실이 두 개일 때도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딱 맞는 말인듯 하다.


분명 실격의 판정을 들이댈만한 상황이 어느 시점에선가 있었을 텐데 어느 시점이었을까? 같은 상황을 보면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만든 시점을 찾아보자. 부정 추월을 하여 뒷 선수 경기에 지장을 주었다는 그 부분을 말이다. 우리는 왜 이 시비를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감정으로만 경기를 보게 되는 것일까? 아마추어는 감정으로 경기를 보지만 프로는 냉철한 시선으로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찰나의 시간을 포착해내는 사람들이다. 심판진들은 보고 우리는 보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 결승전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실격당하는 분노가 먼저 이기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 방송국은 "중국의 황당 반칙 10선"을 급 편성하여 10년도 넘은 예전 경기를 다 뒤져 중국의 반칙 장면만 편집하여 방송하는 재빠름도 보였는데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간 거 아닌가? 국민감정에 편승하고 증오심을 부추기는 비열한 감정 몰아가기의 전형이다.


중국 선수들을 승부에 집착하게 만든 상황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꼭 1등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시국을 봐야 한다. 우리는 지난 도쿄 하계 올림픽 때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즐겁게 경기를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하고 흐뭇했던 적이 있다. 높이뛰기 선수가 그랬고 여자배구선수들이 그랬다. 최선을 다하고 그동안 훈련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지 않았던가?


이번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중국의 수준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정치의 모습을 스포츠로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절체절명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아편전쟁 이후 근대화 시절, 서구 열강에 의해 침탈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대륙 굴기의 와신상담을 스포츠로 승화시키고 만회해보려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스포츠는 스포츠로 놔두자. 잘하는 선수를 칭찬하고 뒤쳐진 선수에게는 격려를 보내자. 그래야 즐기는 스포츠가 된다. 올림픽 1 등에 자꾸 여러 의미를 가져다 붙여 짐을 지게 하지 말자. 신체적 능력을 향상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임을 알게 해 주자. 부질없는 국뽕은 개나 줘버리는 때가 되어야 진정 즐기는 운동이 될 것이 틀림없다. 즐기는 스포츠의 묘미를 중국이 알려면 적어도 5번의 올림픽은 더 지나야 그나마 희미하게 이해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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