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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9. 2022

각자도생, 복불복, 나만 아니면 돼?

코로나19로 커지는 이기심의 원천

코로나19의 방역체계 전환이 사회를 이기심으로 가득 차게 하고 있는 듯하여 무서움이 앞선다. 코로나 방역지침이 정부 통제 형태에서 국민 각자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는 과도기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낳는 심리적 위축이 제일 문제다. 당분간은 점점 주변과의 소통을 온라인 속으로만 가져가는 현상이 심해질 듯하다. 위중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기에 조금 안심하고 있는 듯 하지만 이미 쌓인 공포의 그늘까지 걷어내지는 못한다. 마음의 빗장까지 닫아걸을까 걱정이다. 이런 분위기를 언론이 조장한다면 더욱 문제다.


이틀 전 정부의 코로나 방역체계가 고위험군 관리형태로 전환한다는 발표를 보는 여러 언론의 시각은 오히려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각자도생' 방역 정책이란다. 각자도생이 주는 의미가 아주 애매한데, 기사를 읽어보면 부정적 의미의 뉘앙스가 강하다. "정부는 손 놓고 국민 각자가 알아서 방역하고 살아가라고 한다"라는 비판적 기사로 읽힌다. 방역 관리의 전환이 오히려 중증환자의 숫자를 늘리는 기폭제가 되는 것을 우려한 기사들이다. 정부 정책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감시하고 지적하고 공동의 선을 향하도록 하는 게 언론의 역할임에는 틀림없다.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이긴 하지만 그 비판을 공포의 단어를 인용해 쓰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방향으로 기류가 흘러간다. 단어 하나 쓰는데도 온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글쟁이들의 몫이다. 그만큼 엄중한 책임이 따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형태는 TV에서 하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도 녹아 있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게임들을 보면 복불복 게임을 통해 벌칙을 주곤 한다. 복불복(福不福) 게임이 뭔가? '복이 오거나 안 오거나'라는 뜻으로 운수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벌칙자를 뽑거나 식사를 제외하거나 상품을 못 받는 사람을 선정할 때 주로 하는 게임을 일컫는다. 바로 '나만 안 걸리면 돼'라는 심리를 극대화시키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이기심을 정당화시킨다. 실력으로 상대방을 이기는 게임도 있지만 대부분 실력과 상관없이 말 그대로 재수에 의해 걸려든다. 이 게임에 안 걸려들기 위해 각종 잔머리 쓰는 모습들이 예능 오락프로그램의 잔재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기심을 조장하는 행태가 아무 거리 김 없이 오락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이기심의 무의식 상태로 몰고 가고 있음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이기심은 "내 가족만 아니면 돼"로 발전한다. 여기저기서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 사고가 빈발하지만 나만 아니면 되고 내 가족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발전한다. 나만 아니고 내 가족만 아니면 그저 매일 발생하는 교통사고일 테고 건물 붕괴일 테고 밥 굶고 노숙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의 한 부분으로 치부되고 만다.  주변 상황에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이기심이었고 복불복 게임이었던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화한 동물이다.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 의미가 없다.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임이 자명하다. 같이 잘 살고 같이 잘 버텨내야 의미가 있다. 나만 잘 살면 의미가 없다. 자연이 공진화하듯이 인간도 공진화의 궤도에 함께 있을 수밖에 없다. 유토피아적 사회주의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사회주의 말고 인성적 사회주의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밑바탕이 아닌가? 코로나19로 인하여 각박해지고 멀어지는 인간관계가 더 이상 숨겨지고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박멸시킬 수 없는 바이러스이기에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함은 명백하다. 혼란스럽지만, 이기심을 부추기기보다는 한번 더 주변을 둘러보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는 아량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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