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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7. 2022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나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 이 책상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떠올려봅니다. 가족에서부터 친구, 또한 업무상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의 형상까지 차례로 말입니다. 지금 나의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합집합은 어떻게 구현된 것일까요? 내가 개척하고 만들어낸 것일까요?


일부분 나의 의지가 작동했을 수 도 있지만 나의 의지와 관계없었던 상황들로 인하여 '나'라는 물질적 형상이 만들어졌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이것을 운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운이 좋아서 지금 이 자리, 이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개인 존재의 시작부터, 나의 의지대로 세상에 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우연히 이 세상에 태어났고 태어난 가정환경, 나아가 사회, 국가 환경에 따라 삶이 흘러갑니다. 운명론적 시각일 수 도 있으나 내가 어디서 태어났느냐는 장소적 환경적 조건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마시는 물조차 걱정해야 하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아이와 생수나 정수기 물을, 아니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마음껏 마실수 있는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는 기본 출발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날 이 세상에 오더라도 어디에서 태어났느냐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장소는 환경입니다. '어디에 있느냐'의 범위를 넓히면 장소뿐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로까지 확장됩니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의 환경입니다. 친구를 잘 사귀고 좋은 커뮤니티에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어떻게 노벨상을 받았는지를 물었더니 노벨상 받은 많은 분들이 하는 말이 "노벨상 받은 분이 일하는 연구소에서 같이 연구했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일은 줄을 잘 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 근처에 있어야 나도 근묵자흑으로 물들 수 있다는 겁니다.

피트 데이비스의 책 '전념(dedicated)'에 좋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더그 맥애덤이 민권운동 캠페인 '프리덤 서머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인데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과 신청만 하고 탈퇴한 사람을 비교한 연구 결과입니다. 두 그룹을 비교한 결과 참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결정하는 요인은 이념적 열정이 아니라 자기와 친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같이 신청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는 겁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행하면 대단한 신념을 통해 이루어진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관계의 힘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의지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랍니다. 의지보다 막강한 것은 함께 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옆에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바로 어떤 공동체에 속해 있느냐가 개인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 환경은 사회화의 전형입니다. 공동체 속에서 공통의 지식으로 성장하고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가며 그 사회의 가치와 행동방식과 사고방식을 학습하고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은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능력인 '따라 하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습니까? 내 주변에 바람직한 친구들로 둘러싸여 있습니까? 환경을 바꾸거나 옮기는 쉬프트의 지혜도 필요합니다. 좋은 커뮤니티는 더 좋은 커뮤니티가 되도록 구성원들이 노력하여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서로 의지하고 배워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 말입니다. 그런 친구와 그런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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