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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6. 2022

맛집이 꼭 노포일 필요는 없다

소문난 맛집이나 카페, 베이커리를 찾아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집에 가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맛있다는 것은 주방장이든 셰프든 바리스타든 주인장의 손맛이 좋다는 것이다. 그 손맛은 어디서 나왔을까? 타고난 미각과 현란한 손놀림과 양념을 정교하게 측량하여 넣는 예리한 감각을 타고났기 때문일까? 일부분 음식을 만드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날 수 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성공한 맛집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절절한 사연과 땀의 시간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양념 한 가지, 재료 하나 만드는데도 몇 날 며칠을 수고해서 준비한다.  


소문난 맛집의 뒤편에는 요리사의 땀과 노력과 집념과 전념,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요리사의 이런 열정이 없는 맛집을 본 적이 있는가? 주방장이 바뀌면 당연히 음식 맛이 바뀌고 이를 눈치챈 고객은 발길을 돌리게 된다. 고객의 숫자는 곧 주방장의 노력과 열정과 전념의 숫자와 비례한다. 통일된 맛을 내는 프랜차이즈를 맛집이라 하지는 않는다.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거나 비슷한 맛을 볼 수 있다는 치킨이나 햄버거집은 맛에 대한 두려움 없이 먹을 수 있는 안심 수준의 단계일 뿐이다.  셰이크 쉑이나 파이브 가이즈와 같은 유명 버거 집도 있어 맛있기는 하지만 이들을 맛집으로까지 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국 뉴욕에서는 뉴저지의 화이트 만나(white manna) 햄버거 같은 길거리 햄버거 가계를 햄버거 맛집이라 치는 사람도 있다. 


대중적인 맛의 음식과 맛집의 맛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오랜 연륜에 따른 음식에 대한 신념이 있고 이를 통해 전념하여 음식을 만들어내는 열정이 함께 있어야 맛집으로서의 명성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오랜 노포에서만 맛집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요즘 20-30대 젊은 층들이 노력하여 맛을 만들어내는 여러 식당들이 인기를 끌고 맛집으로 등극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맛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혀끝에서 어우러지는 감칠맛과 향이 버무려진 감각 종합의 총체다. 이 맛의 구현을 어떻게 해내느냐는 오랜 노포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젊은 감각의 치밀함과 예민함이 시간을 단축하여 이루어낼 수 있다는데 맛의 묘미가 있다.

바로 맛을 위해 몰입하고, 집중하고 열정을 통해 시간을 통제한 사람만이 맛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맛집으로 등극할 수 있는 것이다. '전념(dedicated)'이라는 책의 저자인 피트 데이비스(Pete Davis)는 "미친 듯이 꾸준하게 하면 벌어지는 일이 있는데 행복과 성공을 같이 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전념한다는 것은 시간을 통제하는 것인데 죽음은 삶의 깊이를 통제한다. 하지만 삶의 깊이를 통제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무언가에 헌신하고 전념함으로써 몇몇 특별한 순간을 신성하게 하고 수없이 많은 평범한 순간까지도 신성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누구나 어떤 일에 전념하지는 못한다. 왜? 힘드니까. 전념하고자 하는 일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념하고 헌신하는 일 자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가능하다.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거기서 맛보아야 한다. 그래야 전념할 수 있고 헌신할 수 있다.


풍경 맛집은 그래서 찾기 힘들고 음식 맛집은 줄을 서야 하는 것이다. 장인의 전념과 헌신과 신념과 가치를 믿고 맛보는 것이다. 소문난 맛집의 주방장은 그 힘든 과정을 묵묵히 이겨낸 삶의 승리자들이다. 그들이 만든 음식의 맛깔난 식감과 소박하게 차려진 정갈함과 풍미 넘치는 향긋함을 즐겨주는 것이 고객 된 도리다. 오늘 점심은 어떤 맛집의 주방장 손맛을 보러 갈까? 즐거운 고민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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