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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21. 2022

내 발로 들어갔다 내 발로 못 나오는 곳

시간의 흐름을 산다고 할 때 끝내 직면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지나오지 않은 가정은 하나도 없다. 지금도 한 집 걸러 한 집씩 이 문제에 빠져 고민중에 있거나 온 가족이 힘들어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바로 집안 어른들의 건강 문제로 인한 근심 걱정이다. 당장 부모님 세대가 아니라면 조부모 중이라도 요양원에 가 계신 가정이 대부분일 거다.


모든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아프지 않고 살다가 죽기를 희망한다. 내 몸 안 아프기를 원하는 차원을 넘어, 내가 아파서 누워 버리면 같이 고생할 식구들의 얼굴이 어른거려 짐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양원 행이 현실이 되어버린 덕에 덜컹 겁을 먹게 된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로까지 작동한다. 


하지만 어디  늙고 병드는 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인가? 자연이 허락한 대로 살다가 가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여정 중에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탈해진다. 사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오래 사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건강하게 채워나갈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아프고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다고 하면 남은 생은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미 주변에 계신 어르신들이 어떻게 세상과 이별하는지 지켜봐 왔고 식구들이 같이 근심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이다. 아픈 어르신의 신체적 고통을 대신할 수 없는 물리적 상황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편안케 해드리는 정도가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그 최종 선택이 편의시설과 돌봐줄 인력이 있는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다.

요양원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족의 손에 이끌려 할 수 없이 걸어 들어가게 된다. 그 순간만큼 비참한 심정이 교차하는 때도 없을 것이다. 당사자나 가족이나 모두 다 말이다. 요양원에 어르신을 모셔놓고 뒤돌아 나올 때 식구들의 마음은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 그 이상이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본인의 의지로 나올 수 없다는 것도 가족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매일 문안 인사드리러 들르고 할 거라 다짐해보지만 한 달 지나고 1년 지나면 점점 찾아가는 날 수가 줄어든다. 찾아가는 날짜가 줄어들수록 어르신의 근력은 점점 떨어지고 정신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인연의 늑대소년이 몇 차례 방문을 하며 생사의 기로를 다녀가기라도 하면 마음 정리를 하나씩 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지난 주말 가까운 친구 녀석이 요양원에 계신 아버님의 집을 정리하면서 애달픈 사부곡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봤다. 아직 살아 계시지만 오랜 시간 비워둘 수밖에 없는 먼지 쌓인 집안을 정리하며 온갖 사연이 휘감겨 떠오르고 스쳐 지나갔을 텐데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거다. 나도 8년의 세월을 요양원에 어머님을 모셨던 원죄가 있다. 어미님의 빈방을 8년간이나 비워두고 매주 청소만 하는데도 안타까움과 설움과 어쩌지 못함의 한스러움이 넘쳐났는데 아예 집을 정리한다고 하면 그 심정이 오죽할 것인가 말이다. 마치 스스로 불효자가 되는 기분이고 목에 칼을 쓰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의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을 텐데 애써 외면한다. 나에게는 늙음이라는 것이, 노화라는 것이 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무시를 한다. 무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예 언급을 안 하고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한다. 두려움 때문이다. 오는 손님인 줄 알면서도 영업 끝났다고 closed 표시판을 걸고 버티는 형국이다. 옆 문과 뒷 문이 열려있음에도 앞 문만 붙잡고 있는 형국이다.


알면서도 안 하고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 건강관리다.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30분 더 자고 싶고 술 마시고 싶고 담배 피우고 싶고 많이 먹고 싶다. 평소대로 해오던 루틴을 벗어던지는 것이 쉽지 않다. 운동화 끈 조여매고 나서야 하고 계단을 오르는 몸 건강과 더불어 정신 건강을 위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몸과 정신은 한 쌍이니 한쪽이 줄어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나는 어느 쪽을 놓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되묻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자. 당연히 두 부분 모두 수준 미달일 테니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함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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