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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4. 2022

권력과 마약은 동의어인가?

권력은 타르타로스 연못의 과일일까? 시지프스 어깨 위의 바윗돌일까? 아니면 어깨 위에 바윗돌을 지고서라도 기어이 타르타로스 연못 속으로 들어가 과일을 따려고 발버둥을 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어차피 굴러내려 올 돌이고 손 뻗어도 닿지 않을 과일이며 마시려고 고개를 숙여도 말라버리는 물과 같은 신기루일 텐데 그 권력의 유혹은 신화의 주인공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신들을 시험한 탄탈로스가 되고 자신의 두뇌만 믿고 잘난척하는 시지프스가 되게 만든다.


결국은 저주받고 무한의 형벌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교만과 오만(hubris)의 틀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다. 신화는 이렇게 반면교사의 은유를 세상에 던져주지만 애써 신화를 무시하고 현실에 빠져든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고 종이에 적힌 디자인이며 벽을 장식하는 책으로 전락한다.


권력의 힘을 한번 맛보게 되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라고 해도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못 나온다 해도 늪 안에서 달콤한 꿀을 빨고 싶어 한다. 그리고는 절대 스스로 걸어 나오지 못한다. 타인의 손에 이끌리거나 멱살을 잡혀 끌려 나오거나 심지어 실려 나오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해 나아간다. 좀비가 따로 없다.


권력은 어떤 약을 처방하기에 이렇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권력(power)은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으로 정의된다. 남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그렇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고 흥분시키는 것일까?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다"는 논리가 철저히 적용되는 것이 권력일까?


사실 군집생활을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가 세대를 거듭하며 화두를 던져온 권력이니 새삼 질문을 던질 필요도 없다. 수없이 많은 인류들이 반복되어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을 텐데 여전히 쳇바퀴 돌듯하고 있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기적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아예 없앨 수는 없고 억누르고 자제시켜 균형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만 통제하는 수준. 이것이 현재 인류가 용인하는 인간의 오만과 교만이다.


이 인간의 오만과 교만을 꼭 권력자에게만 찾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널려있고 내 안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불가사리다. "권력을 잡아 본 적이 없으니 나는 아니라고?" 천만의 말씀. 갑과 을도 권력의 흐름이고 갑질의 원류다. 갑과 을의 권력은 상대적인 것이라 항상 상황에 따라 뒤바뀐다. 항상 갑이 되고자 하는 권력 지향의 심성이 인간 본성의 본류다. 


우리는 남보다 앞서야 하고 남보다 잘 나야 하고 가진 것도 많아야 한다. 이것이 성공한 것이고 살아가는 목표가 된다.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살아왔다. 교만과 오만을 부추기게 만든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아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경계의 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만과 교만을 억누르고 타인을 위한 배려가 더 힘을 얻을 때 사회는 좀 더 공동의 선을 향하여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살만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유토피아는 아니더라도 아포리아(aporia)는 아니어야 한다. 아무리 인간성이 사라졌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주겠다고 피켓을 들고 난민을 집으로 오라고 하는 독일 사람들을 보고 있고 수없이 많은 우리 주변의 선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세상은 그렇게 선한 사람들로 인하여 유지되고 푸틴 같은 혐오자들로 인하여 나쁨이 무언지도 경고해주는 것은 아닐까? 악이 아예 없으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인간세의 모습이니 선함이 악함보다 우세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투표는 악을 억제하고 오만과 교만을 누르는 힘으로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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