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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16. 2022

비합리적 관행은 바꿔야

대통령 셀프 훈장 사건을 보며

당연히 그만두어야 함에도 그만두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되고 심지어 나 스스로도 무심히 그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곤 한다. 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한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안 하는 것과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쉽게는 무단횡단이나 담배꽁초 버리기, 새치기 하기 등 사소한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일에서부터, 어떻게든 세금을 덜 내고자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일까지 , 작지만 비합리적이고 버려야 할 행동들이 부지기수로 많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이런 이중 심리를 법과 제도로 명문화해놓고 지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법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 국민 정서법이고 이를 더 초월한 것이 떼법이다. 드러누워 밟고 가라고 하면 난감하다. 공권력으로 끌고 가면 끌고 가는 상황만 다시 부각하여 피해를 호소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든다. 이런 약점은 시위꾼들이 애용하는 수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신독(愼獨 ;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가는 것) 하지 못하고, 사회 시스템적으로는 관행과 관습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려고 하지 않고 안주했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이슈화되고 있는 대통령의 셀프 훈장 건도 그렇다. 우리나라 훈장 중에 최고라는 무궁화대훈장은 역대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국 원수와 배우자, 전직 우방 원수에게만 수여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 훈장을 역대 대통령들은 자기 재임 시에 모두 받았다는 것이다. 방점은 "자기 재임 시"다.


어떻게 이런 멍청한 행위가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꾸준히 이루어져 왔을까? 훈장을 대통령 당선 축하의 의미로 해석한 것은 아닌가? 이런 황당한 해석이 어디 있는가? 재임기간의 공과를 살펴 후대 정부나 대통령들이 전임자에 존경의 의미로 훈장을 드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재임기간에 하는 꼬락서니를 보건대 후임 정부로부터는 훈장을 못 받을 것 같으니 자기 임기중에 서둘러 자화자찬하며 목과 가슴에 훈장을 덕지덕지 붙이고 싶은 것인가? 훈장이 금, 은, 루비, 자수정 등으로 6,800만 원이나 들여 휘황찬란하게 만들었으니 재산 값어치로도 손색없어서 그런가? 그래야 자손 대대로 제사 지낼 때 제사상 옆에 훈장이 빛날 것으로 생각한 것인가 말이다. 참 한심한 훈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어디 나라의 수장 머리에서 나왔겠나? 밑에 있는 똘마니들의 과잉 충성이 부른 헛짓거리다. 역대 정부에서 이 훈장을 수여할 때마다 논란거리였다고 하는데도 왜 아직 바뀌지 않고 있었을까? 국회에서 상훈법을 바꾸자고 두 차례나 입법까지 했다가 폐기되었다고 한다. 똑같은 놈들이다.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관습을 타파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싫은 것이다. 내가 나서서 하기 꺼려지는 것이다. 총대 매기 싫은 것이다. 그 관행을 타파하고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나라가 바로 가게 만들어 달라고 국회로 보내 놨더니 하는 짓거리들이 야합과 나눠먹기를 하고 자기 밥그릇 챙겨 기득권 확보하기에 급급해 있다. 6월에는 그런 인간들을 솎아내고 싹 다 갈아엎어야 하는데 될지 모르겠다.


열심히 일했고 재임기간 동안 고생한 노고에 대한 치하로 훈장을 수여하는 것에 대해 어느 누가 반기를 들겠는가? 오히려 훈장 정도로 그 노고를 대신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국민들이 부끄러워해야 하고 죄송하고 송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린 그렇게 존경할 만큼 국정을 운영한 지도자를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셀프 훈장이 됐고 훈장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줬다가 뺐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스스로 반납하는 것이 맞고 법을 바꿔서 후대 정부에서 수여하는 게 국민 정서에 맞다. 영국에서도 전직 총리에게 훈장을 수여하는데 퇴임 후에 준다. 토니 블레어는 퇴임 후 14년이 지난 뒤에 받았다고 하고 마거릿 대처 수상도 5년이 지난 후에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영국은 모든 퇴임 수상에게 훈장을 준 것도 아니다. 이게 맞는 것 아닌가?


또한 훈장은 명예다. 6,800만 원이나 쳐들여 만들 이유가 없다. 공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을 추억할 수 있는 현장에 뒹굴던 양철 쪼가리를 녹여 만들면 그것이 진정한 훈장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젠 관행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제발 새로운 길을 걸어갔으면 하는 것이 소시민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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