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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15. 2022

칭찬에 인색하지 말자

우리는 남들이 잘하는 것에 대해 칭찬하는데 인색하다. 심지어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라고 한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만 눈에 보인다. 은메달, 동메달은 그저 은색, 동색 메끼 칠한 정도로만 본다. 과정을 칭찬하지 못하고 결과만을 보는 편견에 빠져있다. 메달의 색깔이 다르면 어떤가 그동안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게 된 인간승리의 현장을 보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아야 하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빨리빨리 속도에 갇혀 주변을 돌아볼 여지가 없었던 우리 현실이 칭찬문화의 부재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나아진 것이 이 정도다. 진일보하지 못하는 정치분야의 저질 끌어내리기 풍토가 우리 사회를 비난과 혐오와 갈등의 구렁텅이로 끌고 가는 원흉이지 싶다. 유독 정치분야에서 칭찬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 당의 정책이나 인사에 대해 '잘했다'는 논평을 내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제일 강도 있게 칭찬하는 단어의 수준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정도. 어떻게든 상대방을 끌어내려야 하는 고질적 상황이다 보니 용어 자체가 아예 부정적, 회의적으로 고착화되어 버렸다. 정치판에서도 상대 진영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국민학교 시절 이후로 칭찬을 들어본다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연예시절 어떻게든 꼬셔보려고 갖은 감언이설로 예쁘다 멋지다는 표현을 해 본 이후로 남을 칭찬해 본 경험도 흔치 않을 것이다. 자주 듣지도 못하고 하지도 못한 말이 칭찬이다.


잘했어요. 대단해요. 최고예요.


이 단어 한 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말은 자꾸 해야 한다. '사랑해요'라는 단어도 안 쓰면 연인관계라 해도 점점 쓰기 어색해진다. 인간은 언어의 지배를 받는다. 단어가 생각을 만들고 개념을 만들고 감정을 만든다.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이유다. 그래서 칭찬을 자주 할수록 좋다. 사기꾼으로 오해를 받을지언정 그래도 듣는 사람의 속내가 기분 좋아질 정도로 내뱉어야 한다.


칭찬은 긍정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좋은 방법이다. 타인에게 칭찬하는 것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칭찬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열심히 잘 살았어" "힘든데 이겨내느라 고생했네" "따뜻한 차 한잔 하면서 잠시 쉬어" 등등 나 자신을 격려하고 다독여야 한다. 새로운 힘이 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활력이 되고 지원군이 된다. 


나 자신에 대한 칭찬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니고 전보다 잘 해낸 나 자신에 대한 칭찬이어야 한다. 남들보다 성적이 좋다, 실적이 좋다는 것으로 칭찬을 하게 되면 끝없는 욕심의 수렁과 좌절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들과의 비교는 타르타로스 연못에 있는 과일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도 학교 졸업 성적을 SUMMA CUM LAUDE(최우등), MAGNA CUM LAUDE(매우 우수), CUM LAUDE(우등), BENE(잘함)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 모두를 칭찬하는 평가제도다. 남과 비교하여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자의식을 가지고 살게 하는 칭찬 방법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엔 초등학교 성적표에 수, 우, 미, 양, 가로 성적을 표기했던 적이 있다. 빼어날 수(秀), 넉넉할 우(優), 아름 다을 미(美), 어질 양(良), 옳을 가(可)다. 모두 잘했다, 뛰어나다, 훌륭하다, 좋다, 괜찮다 등 칭찬일색의 표기다. 물론 표기는 이렇게 하지만 양가집 자제나 규수가 되는 성적표를 받으면 어느 정도 수준의 점수인지 눈치채고 민망해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비록 낮은 점수임에도 못했어, 그렇게밖에 안돼라고 질책하는 단어의 표기보다는 얼마나 인간적인가. 사람 사는 세상의 성적표는 그래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수우미양가 성적표 시절에는 성적표를 나눠주고 학부모 도장받아서 다시 제출해야 했다. 양가집 자제나 규수들께서는 몰래 도장 훔쳐서 찍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을 거다. 제도는 운영하는 사람들의 손에 흥망성쇠가 달렸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수행평가를 문장 서술식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능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오히려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하향평준화로 비난받을지언정 학생의 입장에서는 남과 비교하는 성적이 아니니 기분 좋을 거다. 


오늘도 칭찬을 해보자. 비 온 뒤 햇살도 밝고 상쾌한 아침이다. 자연의 기운을 담아 밝게 인사하고 긍정의 하루로 힘차게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보자. '아침 보고 메일 잘 썼는데요' '기획 아이디어 좋아요' 등 도 좋고, 칭찬할 말이 생각이 안 나면 '코로나 안 걸리고 출근해서 고마워요'라는 말이라도 해보자. 그리고 말하기 쑥스러운 '사랑합니다'라는 단어를 휴대폰 문자로라도 보내보자. 단 아무에게나 말고, 오해받지 않을 상대에게만. 저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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