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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14. 2022

바람과 햇빛의 우화

대나무와 갈대의 비유, 바람과 햇빛의 우화를 통해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교훈을 세뇌받듯 배워왔다. 부드러움이 강함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다. 과연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길까? 그렇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강함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도 있다. 부드러움을 뿌리째 뽑아버릴 정도의 강함이라면 어쩌겠는가? 부드러움을 보여주기도 전에 싹이 자랄 토양 자체를 갈아엎는 위력이라면 어쩌겠는가?


관점과 상황, 시간의 길이를 어디에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부드러움과 강함도 천차만별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싶을 때는 위의 우화들을 예로 들고 당장 위기 돌파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카리스마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함보다 부드러움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강함이 가진 위력의 피해가 월등하기 때문이고 그 완력에 대한 경계 때문이다. 완력의 배후에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힘으로 신체적 정신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무서움이고, 이 무서움이 나에게 닥칠 수 도 있다는 공포와 스트레스가 작동한다. 나는 돈 없고 힘없고 빽 없으니 그 완력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이다. 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완력으로 이용한 조직이 조폭이고 전체주의다. 전쟁과 같은 집단적 위기에서는 오히려 이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힘으로 뭉쳐져 상황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기업으로 끌고 들어와 많은 경영이론들이 만들어졌고 엄청나게 많은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최근의 사례들은 강함보다 부드러움으로 기업의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부드러움으로 험난한 기업 환경을 이겨내는 경우가 흔치 않은 일이라 언론에 소개되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일 수 도 있겠으나 경영자와 종업원 사이의 관계가 분명 부드러움으로 바뀌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부드러움은 존중(respect)이다. 따뜻한 리더만이 가질 수 있는 덕목이다. 차가운 리더에게서는 볼 수 없다. 존중은 상호 교환적이나 위력은 일방적이다. 힘의 방향으로 볼 때, 한쪽 방향보다는 양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 더 강하다. 인간사회의 힘은 물리적 힘을 뛰어넘는 양자의 파동과 같은 것이다. 양방향적 존중은 신뢰와 존경을 기반으로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재관리를 직원 존중으로 바꾸고 있는 이유다.


직원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야근을 해도 기꺼이 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회사에 기여하게 만든다. 위력 앞에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투덜대며 밤을 새우는 경우와는 천차만별의 결과다. 


최고경영자와 상사의 부드러움은 딱딱한 사무실 분위기를 바꾸고 화기애애함과 웃음으로 창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자극한다. 오늘 오후 4시쯤에는 기업 사정에 맞게 직원 식당을 개방하여 햄버거 파티를 열거나(물론 코로나 방역 조건에 맞게 6인이하로 모여야 ㅠㅠ), 아니면 가판대 떡볶이 순대를 검은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회의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직원들과 잠시 대화를 해보자. 소소한 연예담이라도 들어주고 물어보고 주말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도 물어보자. 가끔은 넛지(nudge)가 되어 직원들의 마음을 흔들어보자. 내일도 출근하고 싶게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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