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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27. 2022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브레인을 들고 다니는 것

요즘 평소에 책은 읽으시나요? 고백컨데 저도 그렇지만 한 달에 한 권 읽으면 가슴 뿌듯할 겁니다.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2021년 국민 독서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종이책과 오디오북을 합한 성인 평균 독서량은 4.5권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에 5권도 못 읽는다는 겁니다.


독서량의 문제는 지식과 지혜의 축적 문제와 연관성을 갖기에 중요한 잣대일 수 있습니다. 사회의 지적 능력과 품격과 품위까지도 가름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책이 아니라도 온라인 포털에 수없이 돌아다니는 정보와 동영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결국 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정보를 모아 지식과 지혜로 담아내고 통합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책에 쓰여 있는지, 컴퓨터 화면에 쓰여 있는지, 휴대폰에 쓰여 있는지, 전달 매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 정보와 지식과 지혜의 전달 수단이 종이라는 매개를 벗어나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으로까지 확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달 수단으로 어떤 매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흡수력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이책을 손에 들고 읽으면 감정 몰입을 더 쉽게 할 수 있어 책 내용의 전이가 빠릅니다. 또한 책의 콘텐츠 속으로 나의 생각과 상상이 쉽게 날아다닐 수 도 있습니다. 휴대폰 화면에 빨려 들어가 일방적으로 전하는 내용을 숙지하기에 정신없는 상황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종이책을 덜 읽는다고 해서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퇴보하고 있느냐고 되물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 어느 시기보다 정보의 유통이 활발해 일주일, 한 달만 지나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빠릅니다. 정보의 습득 차원에서 책을 읽는다면 이제는 책 읽는 것이 오히려 동영상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늦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습득할 것이냐에 따라 전달 수단을 달리해야 효율적이라는 이야기에 도달합니다. 책을 읽어서 효과적인 게 있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익히면 더 효율적인 정보가 있다는 겁니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브레인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잘 만나야 하듯이 책도 잘 만나야 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실과 허구에 따라 읽는 사람의 심성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읽어서 어려운 책은 사실 저자도 이해 못 하고 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독자의 지적 능력과 문해력이 차지하는 부분이 더 커서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연구논문 발표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 읽을 것을 전제로 쓰이고 기록됩니다. 저자의 글 쓰는 능력이 독자의 이해력보다 우선한다는 겁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책들을 보면 대부분 철학과 사상을 다룬 것들이 손꼽힙니다. 왜 이쪽 분야의 책들이 어려울까요? 철학은 자연과 사회, 인간의 사고, 지식 획득 과정에 관한 일반적 법칙에 관심을 두고 존재, 앎, 가치, 이성, 정신 등을 들여다보는 인문학적 학문입니다. 사람에 관한 관심이자 사유를 다룹니다. 정답이 없습니다. 인간에 관한 모든 생각, 모든 상상이 합쳐진 분야입니다.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사유의 통합과 통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각자의 주장으로 존재의 의미를 갖습니다. 어렵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어렵다는 인간의 사유도 사실은 1,400cc 브레인 안에서 벌어지는 분자들의 전자기적 현상일 뿐입니다. 칼슘 나오고 나트륨 들어가는 시냅스 상의 화학적 이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지고 볶고 해 봐야 근원을 들여다보면 참 단순합니다. 자연의 원소는 인간과 동물과 저 길바닥 돌 속의 광물과 하수구를 흐르는 구정물을 나눠 쓰고 공진화합니다. 태양이 생명을 키우고 대지가 생명을 만드는 윤회의 톱니바퀴는 인간의 철학으로 인문으로 표현되어 인지될 뿐입니다. 


오랫동안 손에서 책을 놓으셨다면 박문호의 '생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한 권을 손에 잡아보시죠. 자연과학에 초면이면 어려울 수 있으나 가슴 먹먹한 문장도 만나게 되니 일독해보시길 권장합니다. 좋은 책은 가슴에 사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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