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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17. 2022

혼자 독일 여행 떠난 딸아이가 보내온 사진

아침이면 가족 카톡방에 독일에서 보내온 풍광 사진들이 주르륵 올라온다. 지난주 독일로 한 달 일정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딸아이가 보내오는 사진이다. 안전하게 여행을 하고 있다는 묵언의 확인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큰 딸아이가 혼자 독일 여행길에 나섰다. 외국을 다니는 것이 직업인 아이라 해외여행을 나가는 것이 낯선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로 해외를 드나드는 것과 혼자 해외를 한 달씩이나 다녀온다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여행 중 안전에 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항공사에 근무하고 있는 덕분에 아이들 어려서부터 1년에 한두 차례씩은 해외로 데리고 다닌 터라, 아이들이 해외를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둘째 녀석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해외 가족여행을 시작했으니 얼추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제 웬만한 해외 도시들은 다 다녀봤다. 유럽만 10년을 다녔다. 독일도 2010년에 다녀왔다. 그 당시 겁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루프트한자항공을 갈아타고 뮌헨으로 내려가서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갔다가 퓌센을 거쳐 로이슈반슈타인성을 보고 로맨틱가도를 따라 올라오며 로텐부르크, 뷔르즈부르크, 하이델베르크 등을 들러 프랑크푸르트로 왔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매년 계획하는 해외여행에서 내 짐이 확 줄어들었다. 항공편을 비롯한 기차 등 교통편 예약을 비롯하여 숙박 호텔 선정까지 모두 혼자 해야 했는데 목적지가 정해지면 큰아이가 모든 예약 및 일정을 짜는 일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트레이닝이 되어서 그런지 아주 훌륭하게 일정을 짜고 예약을 해서 믿고 맡겨도 된다. 지금은 해외 전문 가이드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된 듯하다. 그래서 큰아이는 지금 하고 있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천직인 듯하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온라인 세대인지라 온갖 정보들을 잘 도 찾아낸다. 이미 2014년 영국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부터 휴대폰에 구글 지도를 보며 박물관과 관광지를 찾아다녔다. 백팩에 든 종이지도는 안내 보조용으로 넣고 다니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당시 구글 지도는 해외여행에 신세계를 제시해주었다. 휴대폰 구글 지도를 사용하기 전에는 서점에 가서 '세계를 간다'와 같은 여행책을 여러 권 사서 가지고 다녔는데 아이들 세대로 넘어오니 여행정보를 찾고 비교하는 수단이 디지털로 바뀐 것이다. 날씨에서부터 식당 찾는 일, 박물관 입장시간 및 휴관일, 입장료 할인 방법까지 실시간으로 체크를 하고 다니니 여행의 질이 달라졌다. 낯선 해외도시의 골목골목을 다니면서도 알지 못해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 편안하고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했다.


큰 아이의 독일 여행은 지난해 막내 녀석이 군에서 제대도 하고 해서 둘이서 가기로 하고 항공권은 내가 발권을 해주었었는데 코로나 확산으로 모두 취소를 했던 적이 있다. 올해는 막내가 학교에 복학을 한터라 같이 여행을 가지는 못하고 큰 아이만 덜렁 혼자 떠났다. 코로나로 항공기 운항편수가 줄어든 탓에 근무 패턴도 올해는 한 달 일하고 두 달씩 휴업을 하는 관계로 이번 달에 훌쩍 독일을 다녀온다고 떠난 것이다.

여자아이 혼자 한 달씩 다니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워낙 오랜 세월 여행에 익숙해 있는 것을 믿는지라 좋은 경험이 되리라 믿고 보냈다. 여행 경비야 자기가 직장을 다니고 하니 걱정 없이 준비했을 테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현금 500유로를 환전해 주었다. 한 달 여행경비에 택도 없는 액수일 테지만 비상금 수준으로 가지고 있으라고 했다. 여행 내내 안 쓰고 남으면 올 때 선물사는 돈으로 쓰라고 했다.


큰 아이가 독일 여행을 떠난 지 이제 5일밖에 안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투트가르트를 거쳐 독일 남쪽 알프스 추크슈피체 산을 올랐다가 오늘은 뉘른베르크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예쁘고 멋진 풍광이 담긴 사진들이 눈을 시원하고 즐겁게 한다. 딸아이 덕분에 코로나로 2년 동안 다니지 못해 보지 못한 해외 풍광을 간접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큰 아이가 남은 일정 건강하게 잘 보내고 새로운 경험도 하는 시간들의 연속이길 바라본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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