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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20. 2022

벌써 모기가 나타났다

새벽 4시 20분에 잠을 깼다. 오른쪽 발목이 간지러워서다. 잠결이라 다리를 오므려 손으로 긁기보다는 왼쪽 발가락으로 오른쪽 발목을 슥슥 문지른다. 잠시 시원한듯했는데 다시 가렵다. 잠이 깨버렸다. 그렇다고 일어나서 움직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누워서 밍기적거린다. 매일 일상의 기상시간이 5시 반인데 1시간이나 일찍 눈이 떠진 것이다.


나이 든 꼰대가 되어 아침잠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발이 간지러워서 잠을 깨다니. 그런데 발을 간지럽게 한 원인이 뭐지? 간밤에 발을 제대로 안 씻었나? 그럼 왜 오른쪽 발목 쪽만 간지러운 거지? 혹시 침대에 진드리라도? 까지 생각이 들 때 즈음에 귓전을 스치는 소리가 있다. 웽~~ 하는 모기소리다.


오른쪽 발목 밑을 가렵게 공략하던 녀석이 모기였던 것이다. 5월인데, 모기에 물려 발목이 간지러웠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설프게 잠도 깬 김에 "모기를 잡고 말리라" 전쟁을 선포하고 일어나 불을 켜고 거실을 뒤져 전기 파리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혹시나 모기가 빠져나갈까 봐 창문과 방문을 모두 닫고 방 가운데 정좌를 하고 앉았다. 왼손에는 전기 파리채를 들고 두 눈은 온 방안을 샅샅이 살펴 모기의 뒷모습을 찾았다. 잠에서 막 깬 눈이라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일단은 소리에 집중해 본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모기라는 녀석이 자기를 잡으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한참을 앉아있는데도 적막만 감돌고 벽시계 초침 소리만이 모기 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안 되겠다 싶어 전기모기채를 방구석 낮은 쪽 위주로 휘휘 둘러 모기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그러다 덜커덩 날아가는 모기 녀석이 보인다. 전기모기채를 휘두른다. 지지직~~. 구수한 모기 타는 냄새가 난다. 잔인한 살생이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아침잠을 뺐어간 놈. 잘 가라. 전기충격으로 널브러진 놈을 다시 잡아 모기채 위에 다시 올려 깨끗하게 화장을 해주었다.

근데 아직 5월 중순인데 벌써 모기가 등장할 시기인가 궁금했다. 아파트에 모기 유충이 자랄 곳도 없는데 어디서 날아들어왔는지 기묘하기도 했다. 그래서 모기에 대해 구글 서핑을 하던 중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모기 예보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5월 20일 오늘 모기 예보는 모기발생단계 3단계(주의)이고 모기 활동지수가 53.7이었다. 주의 단계도 상 중 하로 나뉘는데 낮은 하 단계에 속해 관심단계의 행동을 유지하고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행동수칙까지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내 50군데에 디지털 모기 측정기와 유문 등을 설치하여 채집 모기수를 매일 비교 분석하고 모기 개체수에 따라 쾌적, 관심, 주의, 불쾌의 예보 단계를 내고 있었다. 이런 예보가 시민 건강에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잘하는 일이다.


모기 활동 시기에 대한 기사 검색을 하니 매년 모기 활동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줄줄이 나온다. 2017년에는 4월 초 기사인데,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중국 얼룩날개 모기 밀도조사를 했는데 모기를 발견했다는 내용도 있다. 날짜와 관계없이 온도와의 연관성으로 모기 개체들의 번식이 이루어지다 보니 모기 출현 시기들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모기는 기온이 15도 정도 되면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기에 분명 지구온난화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기는 암컷만 난소의 발육을 위해 피를 빠는 흡혈을 한다. 흡혈을 할 때 혈액 응고 방지를 위해 히루딘이라는 타액을 주입하는데 이 타액으로 인해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 흡혈 때 바이러스나 말라리아 원충 등이 함께 주입되어 전염병 매개체로 원성을 듣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도 그렇지만 모기에게도 안 물리는 것이 최선이다. 방충망을 점검하고 전기모기채의 건전지도 새것으로 교체를 해야겠다. 혹시 모기의 야행성을 없애고 낮아 활동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연구팀은 없나 궁금하다. 밤에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지는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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