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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30. 2022

아직도 남의 사생활이 궁금한가?

인간의 오묘한 관심거리 중의 하나가 남들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왜 그렇게 궁금해할까? 남들이 사는 것을 알면 뭐가 도움이 되지? 궁금할 때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왜 궁금해하는지를 묻고 나면 별 이유가 없음에 당혹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다. 그저 술자리에서 할 말 없을 때 던지는 이야기 소재로 쓰이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궁금해한다. 잘 나가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이 속속들이 까밝혀지고 극단의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훔쳐보기를 자극하는 파파라치들이 설치고 이를 부추기는 황색 저널리즘의 상술까지 보태져 수준 낮은 저질 감각주의가 득세한다.


좋아하는 유명 가수나 연예인들을 닮고자 하는 팬덤 현상 정도야 당연한 문화현상일 수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공감과 우정의 감정을 갖는 현상은 공동체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이 문화적 현상을 자극적으로 몰고 가는 일부 나쁜 부류들이 문제다. 다양성 표현의 표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치졸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지난 주말, 월드컵 2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을 했는데 여자 친구와 함께 입국했다는 사진기사가 여러 매체에 나왔다. 2002년 월드컵 당시부터 만나던 여자인데 아직도 우리 언론은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2002년에도 히딩크는 한국 언론이 자신의 사생활에 과도하게 관심을 갖는다고 불편해했다. 왜 궁금해하는지, 왜 자신이 그걸 밝혀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은 아직도 그 불편함을 무시하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유명인이기에 견뎌내야 하는 숙명 같은 일인가?


천만의 말씀. 황색 저널리즘의 싸구려 상술이 사회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 저질 매체들은 사진만 올릴 뿐 어떤 의미 부여조차 못한다. 그렇게 책임을 회피해 간다. 클릭수만 올리려는 얄팍한 술수일 뿐이다. 


"거봐! 너도 낚여서 사진을 봤잖아! 이러쿵 저러쿵 사설을 다는 네가 더 우스운 거 아냐?"라고 비난할 수 도 있다. 자극적인 제목과 사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본능을 악용한 술수임을 알고도 지나치지 못한 하찮은 심미한을 한탄할 뿐이다. 자극적인 것을 들여다보는 수요가 있기에 이를 충족시키는 공급이 있다고 변명할 수 도 있다. 그렇다면 공급을 줄이면 수요가 줄어들까? 참 어려운 경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남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현상은 분명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아직까지 사생활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할지 한 번도 공론화해 본적이 없는 듯하다. 고위 공직자도 마찬가지고 연예인의 사생활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가치관이 지배한다. 자기 몸이나 가정조차 가다듬고 돌보지 못하면 나라와 사회에서도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래서 그렇게 개인적 치부를 들춰내 사회를 이끌 역량도 없을 것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마타도어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남들에 대한 사생활 들여다보기는 이렇게 흑색선전의 도구이자 입방아용 폄하의 소일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여태 사생활이 들춰져서 인생 잘 살았다고 좋게 평가받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생활이 원만한 사람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어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다. 참 우스운 일 아닌가?  


이제는 남에 대한 사소한 관심을 제발 내려놓자.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정치인은 정치를 잘하면 되고 연예인은 연기를 잘하면 된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장점을 존중해주자. 그렇다고 인간쓰레기를 용인해주자는 것은 아니다. 참 어려운 경계이지만 그 경계가 어디쯤일 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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