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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31. 2022

그 식당 음식을 먹으면 항상 속이 안좋다. 나만 그렇다

회사 근처 식당 중에서 내가 피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주인장의 서비스 마인드도 훌륭하고 식당 매니저의 친절도 적당하다. 분리된 룸들도 많아서 직원들 회식장소로 애용된다. 앉은뱅이 테이블에 앉는 것이 조금 불편하지만 메뉴가 한정식이라 분위기에는 걸맞는다. 식당으로써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곳이다. 그런데 나하고는 안 맞는다.


그 집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설사를 한다. 이상하다. 음식은 정말 맛있다. 그런데 나는 먹고 나면 속이 안 좋다. 직원들하고 회식을 하고 다음날 물어보면 유독 나만 그렇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개인적 약속을 할 때는 그 식당을 예약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집이라 회식을 하거나 하면 가끔 그 집이 약속 장소로 잡힌다. 못 간다고 할 수 도 없고 회식에 참석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괜찮겠지 하고 가지면 다음날이면 영락없이 속이 안 좋다.


나는 가리는 음식이 없다. 다리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고 날아다니는 건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식당에만 가면 속이 안 좋은 이유가 뭘까? 곰곰이 테이블에 깔린 반찬 및 음식들을 되뇌어 본다. 마땅히 문제 될 것이 없는 메뉴 구성이며 신선도다. 음식에 문제가 있었으면 나만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을까? 같이 식사한 사람 중에 적어도 한두 명은 배가 아파야 정상일 텐데 유독 나 혼자만 속이 안 좋다는 것은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식당에 갈 때마다 그러니 이젠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회사 근처 식당 중에서 내가 피해 다니는 유일한 곳이 되어버렸다.


왜 그 집에 가면 나만 속이 안 좋은 것일까? 짐작은 가지만 그렇다고 따지지는 못한다. 음식 만드는 걸 보지 못했고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방법은 내가 그 식당에 가지 않는 길밖에 없다.

사실 나는 자칭 방부제를 감별해내는 바로미터다. 방부제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바로바로 장이 반응을 한다. 여러 차례 경험상 알게 된 것이다. 식당의 음식도 그렇지만 베이커리 케이크의 경우 방부제가 들어간 것도 한두 시간이면 바로 몸의 반응으로 알아차린다. 그래서 가끔 사무실에서 직원들 생일 축하 케이크를 먹게 되는 경우가 있을 때는 웬만하면 먹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베이커리들은 유통기간을 정해놓고 방부제 같은 것은 철저히 금하고 있어 안심하고 먹고 있어 다행이다.


아마 추측컨대 나의 장이 반응하는 식당도 음식을 만드는 어느 단계에 방부제가 사용된 식재료가 들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음식을 만들 때 일부러 넣거나 뿌리지는 않겠지만 식재료 유통과정 어디선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제대로 세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오로지 나의 추측일 뿐이다. 아니면 언제가 그 식당에 가서 먹은 음식에 탈이 났을 텐데 그 결과가 계속 트라우마로 작동하여 그 집에 갈 때마다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플 것이라는 결론을 내버리서 장이 반응했을 수 도 있다. 그렇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집에 갈 때마다 장이 안 좋다는 것은 방부제든 심리적 원인이든 뭔가 나에게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음식은 정말 맛있는 집이라 가끔 배가 아프더라도 한번 가서 먹을까 하는 유혹에 휩싸이기도 한다. "맛있게 먹고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되는데 뭐"하고 객기를 부려볼 정도다. 그래도 참아야겠죠? 속이 안 좋아서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뛰어가고 싶지는 않다. 더구나 집에 가는 길에 전철에서 내려서 전철역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은 더더욱 하기 싫다. 혹시 전철역 화장실의 트라우마가 작동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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