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Jun 03. 2022

너는 머리털 안 빠질것 같지?

나이가 50줄을 넘긴 남자들의 대화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물론 당연 1등은 여자 이야기와 은퇴 후 사는 일에 대한 것일 테지만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탈모에 관한 이야기다. 탈모는 대부분 부계 유전적인 요인이 작동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30대부터 탈모가 시작되어 고민하는 남자들도 많다.


60대를 바라보는 내 나이에,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봐도 대부분 탈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직 모발이 성성한 사람조차 가까운 사람들의 탈모 현상을 지켜보면서 자기도 곧 그 모습을 따라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동한 탓도 있다. 모든 남자의 고민인 듯하다.


어제 회사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다 은퇴하신 선배님 3명과 식사자리가 있었는데 모두들 탈모에 대한 고민을 머리에 이고 계셨다. 한분은 아예 모발이식을 하셨고 한 명은 가발을 착용하셨으며 한 명은 모발이식을 고민하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만난 자리였는데 대화의 주제가 탈모로 집중되었고 모발이식을 고민하는 선배에 대한 조언과 충언들이 경험담에 실렸다. 모발이식을 한 선배나 가발을 쓴 선배나 달라진 외모에 대한 자신감으로 생활의 질도 달라졌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


나는 아직까지 탈모를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 아버님 모두 M자형 탈모셨던 유전적 요인을 알고 있는지라 조만간 걱정의 심각도가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정도는 막연히 짐작하고 있다. 탈모가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닥칠 일이라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으로 미리 상상해본 모습

지금은 흰 머리카락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는 정도여서 한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한다. 염색을 시작한 지도 얼추 10여 년은 넘은 것 같다. 염색을 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짧은 옆머리부터 하얗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절반의 머리카락은 흰색일 텐데 계속 염색을 하고 있는터라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지를 못한다. 한 3개월 염색을 하지 말고 머리카락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봐야겠다는 마음도 있다.  지난달에는 미용실 원장한테 "염색하지 않고 커트만 해볼까요?" 슬쩍 말을 건넸던 적이 있다. 원장님 왈 "충격받으실 텐데요? 그냥 염색하시죠."가 답변이었다. 물론 상술일 수 있으나 20년 가까이 다닌 동네 미용실 원장님의 조언이라 매번 염색과 커트를 함께 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무척 궁금하다. 염색하지 않은 내 머리카락에서 흰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알고 싶은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은 계속 염색을 하겠지만 은퇴를 하는 날부터 적어도 3개월간은 염색을 하지 않아 볼 참이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탈모를 경험해보지 않고 탈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몇 개 빠졌네'를 세는 정도의 상태 가지고는 탈모에 대한 고민의 축에도 못 낀다. 탈모를 보는 시선으로 인해 죽을 만큼 힘든 경험과 사회적 편견을 감내해본 경험이 없으면 감히 그 트라우마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탈모가 더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고 나아가서는 수북한 머리카락을 위해 안 써본 약이 없고 안 해본 짓이 없을 정도가 되어야 겨우 탈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탈모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 정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의 대화중에 먼저 탈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예의에서 벗어나는 일로 간주한다. 탈모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털어놓고 대화의 화제로 올리기 전에는 말이다.


탈모가 진행 중인 남자들이 기를 쓰고 탈모 방지에 노력을 하는 이유는 뭘까? 굳이 묻지 않아도 안다. 늙어 보인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단지 외모적인 문제일까? 아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외모적인 문제야 오로지 내재적 자기 합리화로 극복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회적 시선은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불가항력이다. 배우자를 만날 때에도 그렇고 사회에 진출하여 여기저기 면접을 볼 때도 그렇고 비즈니스로 상대를 만날 때도 그렇고, 탈모로 인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온갖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능력과 재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머리털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사람을 재단해 대는 이 사회가 정말 웃기지 않을 수 없다.


깔끔하게 머리를 민 상태의 모습도 나에겐 멋있어 보인다. 가운데 머리가 없는데 옆머리를 길러 가운데를 가로질러 옆으로 넘긴 모습은 지저분하고 추해 보인다. 차라리 전체적으로 짧은 머리가 더 낫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옷을 잘 갖춰 입어야 한다. 옷을 잘못 입으면 동네 양아치 하류로 보이게 된다. 당연히 다이어트도 하여 슈트 빨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배도 불룩 나왔는데 옷도 후줄근하고 머리숱도 없으면 가장 추한 모습이 된다.


머리카락이 없음을 전제로 나의 외모를 관리하는 것도 전적으로 자기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여 몸매를 유지하여야 민 머리의 효과도 살릴 수 있다. 머리카락 숱도 부족한데 게으르기까지 하면 그 모습이 최악이다. 머리숱이 없으면 몸매라도 멋지게 유지하여 커버를 하자. 그래야 삶에 활력도 생긴다.


작가의 이전글 "고향은 기억의 소환장"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