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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4. 2022

67.3kg, 이틀 굶어 2.4kg을 빼다

오늘 아침 체중계가 보여준 숫자가 67.3이다.

이틀 전에는 69.7kg이었다. 이틀 만에 체중 2.4kg을 뺐다.

어떻게 뺐을까 궁금한가?


그냥 이틀을 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장세척제인 쿨프렙산 2리터를 2시간에 걸쳐 마시고 장을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올라서서 잰 체중이 67.3kg이다. 처절한가? 왜 이렇게 체중에 집착할까?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9시에 강북삼성병원에서, 지난해 12월 갑상선암으로 오른쪽 갑상선을 적출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1차 검진이 예정되어 있다. 검사종목이야 초음파 검사가 주종이고 더불어 X-레이와 혈액검사를 겸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스케줄을 오늘로 맞추어 함께 검사하기로 하고 수면으로 하는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같이 하기로 한 것이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타이피의 신념으로 장세척도 하고 더불어 체중도 줄이고 할 겸 이틀을 굶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틀을 물만 마시고 완전히 굶은 것은 아니다. 갑상선 한쪽을 적출한 상태라 매일 아침 갑상선 호르몬제인 신지로이드(Synthroid) 0.075mg 작은 알약을 우유 한 컵과 같이 먹는다. 그리고 이틀간 점심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점심식사대용으로 사무실에서 컵수프 한 컵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으로 대신했다. 완전히 물만 마시고 금식하기에는 그렇고 어차피 장을 깨끗이 비워야 하기에 최소한으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


그렇게 이틀을 버티는 와중에 이틀 전 저녁식사 약속은 참을 인자를 열 번을 쓰고 손가락을 붙잡아 매야하는 상황도 있었다. 코로나19로 회동하지 못했던 모임이 잡혀있는 날인데 안 간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마포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고깃집인 '청기와 타운'이다. 와인과 하이볼과 소주와 맥주도 그렇지만 청기와의 유명한 LA갈비가 구워지고 코끝을 자극하는 향은 파블로의 개처럼 군침이 돌게 했다. 나도 모르게 상 위의 젓가락에 손이 올라갔다. 이를 어쩌나 순간 먹을까 말까를 잠시 고민했다. "까짓 껏 실컷 먹고 모레 장세척하면 될 텐데 뭐. 그냥 먹어"하는 유혹이 강했으나 젓가락을 놓았다. 눈앞에 놓은 향긋한 와인도 그냥 건배용으로 따라 놓았다. 와인잔에 풍기는 향만 코끝으로 맡고 살짝 입술만 축여 시음하는 정도만 했다. 조금만 입술을 열어 와인을 털어 넣고 탄닌의 씁쓸함을 맛보고도 싶었으나 참았다.


"독한 놈"

별것 아닌 것에 목숨 거는 것 같아 한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먹는 것에 크게 탐닉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음에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버틴 결과가 오늘 아침 체중 67.3kg을 만든 것이다.


체중 70kg은 나에게 강박관념 같은 것이다. 내가 정한 한계체중이다. 키가 173cm이니, 70kg도 과체중이긴 하다. 지난해 수술을 한 이후로 운동량을 크게 늘리지도 못해 요즘 가끔 이 한계체중을 넘어설 때가 있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을 20년은 넘게 하고 있고 체중은 20년째 67-69kg을 유지해왔다. 최근처럼 가끔 체중계 앞자리가 7이라는 숫자를 찍으면 하루를 굶어왔다. 이젠 샤워를 하고 나면 내 체중이 오늘은 얼마나 나갈까를 거의 족집게처럼 오차범위를 0.5kg 내로 맞추는 공력을 자랑할 정도다.


이렇게 체중에 집착하는 이유는 조깅을 하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에 뛰어보면 체중이 늘고 줌을 확실히 느끼게 된다. 떼어놓는 발걸음이 체중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겐 67~68kg의 체중이 제일 적당하다는 것을 조깅을 하면서 체득한 내 나름대로의 나의 적정체중인 것이다.


어찌 됐든 오늘 아침 체중은 이틀을 굶기는 했지만 목표 체중으로 내려와서 기분이 좋다. 굶어서 다소 힘이 없기는 하지만 가벼움이 힘없음을 대신하니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오늘 갑상선암 수술 이후 경과를 보는 검사를 마치고 더불어 위와 장 내시경까지 곁들여하고 나면 다시 음식을 먹고 그 에너지가 체중으로 비축될 것이 틀림없다. 에너지가 비축되지 않도록 운동량을 늘려 오늘 체중을 유지해 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9시 20분부터 초음파 검사를 시작으로 오후 1시에 수면 내시경 검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점심때까지는 계속 굶어야 한다.


덕분에 다이어트를 하느라 체중은 더 줄어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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