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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7. 2022

한 달간 입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기록해 보기로

지난주 금요일, 체중이 67.3kg으로 줄었다고 좋아했는데 주말을 지난 오늘 아침 체중은 다시 69.4kg으로 회귀했다. 이틀 만에 2kg이 순식간에 줄었다 늘었다 했다. "체중계가 고무줄도 아니고 이게 뭐지?"


3일 굶었다고 주말 동안 마구 먹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위에 부담이 갈까 봐 조심해서 먹었고 아침 조깅도 10km 달렸다. 그럼에도 무게의 요요추는 영락없이 다시 작동했고 몸무게를 원상 복귀시켜놓았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의 좌절하는 심정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 하긴 토요일 몸무게 68.4kg, 일요일 68.7kg을 보이며 조금씩 올라가더니 오늘 아침은 예전 몸무게로 완전히 돌아온 것이다. 2~3일 굶고 체중을 줄였다고 호기를 부릴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다.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


그래서 체중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재범주화(reframing)해보기로 했다.


먼저 문제 분석을 위해 오늘부터 한 달간 매일매일 입으로 집어넣는 모든 것을 기록하기로 했다. 물 한잔에서부터 커피 한잔까지 모두 열거해보기로 한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열량을 먹고 있는지 기록하다 보면 식생활의 패턴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일정표 밑에 그날그날 걷는 걸음걸이의 수와 운동량도 함께 기록하여 먹는 양만큼 움직이는 지도 숫자로 남기기로 한다.


이 기록을 하는데 인위적인 조작은 모두 배제하기로 한다. 일부러 안 먹는다거나 일정표 때문에 일부러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기로 한다. 온전히 평소대로 먹고 마시고 걷는 수준을 있는 그대로 표기하기로 한다.


한 달이 지나 일정표에 적힌 식단과 운동량을 보면 내가 어떻게 먹고 행동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 체중에 대해 이야기하고 운동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안 보고 안 해봐도 뻔하다고 지레짐작하지 말자. 적어놓고 들여다보고 숫자로 말해보자. 매일 얼마만큼의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지방을 먹었는지, 식이섬유 반찬은 얼마나 먹었는지, 결국 편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느라 하루 5천 걸음도 못 걷고 있는지 등등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왜 체중조절이 안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체중이 과체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체중으로 인해 몸에 무리가 오거나 한 적도 없다. 그저 내가 정한 가상의 한계선을 그어놓고 그 아래에 몸을 두고자 하는 관념 때문이다. 그 결과 20년 넘게 70kg을 넘어본 일이 별로 없는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운동량이 줄어 가끔은 체중계 앞자리가 7자리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 경계를 하고자 함이다.


지금 현재 월요일 오전 8시, 입을 통해 들어온 것은 갑상선 호르몬제 0.075mg과 함께 마신 두유 190ml, 그리고 지금 블랙티 150ml 한잔을 마시고 있다. 기록과 숫자를 통해 무엇이 바뀔 수 있는지 들여다보자. 한 달의 상황표를 들여다보는 순간 분명히 어떤 패턴을 읽어내고 나의 관점을 재범주화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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