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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19. 2022

한국인의 심성을 만든 두 개의 사건

한국인의 심리를 가장 잘 들여다본 사람 중에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를 단연 꼽을 수 있다. 탁월한 수사로 청중을 휘어잡는 능력도 갖추셨다. 허 교수께서 지으신 '어쩌다 한국인'과 같은 책은 탁월한 인사이트로 한국인의 심리를 분석해 놓았다. 허태균 교수가 한국인의 심리를 범주화한 것 중에서 관계성과 주체성, 가족 확장성 등이 대표적 유형으로 분류된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명쾌한 해설과 정의를 내리는 진정한 학자다. 


뜬금없이 허태균 교수를 소환한 이유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치 사회적 현상이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벌어지는 현상을 예견했다는 소리가 아니고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한국인들의 심성 저변에 깔린 욕망과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폐부를 찌르고 있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 책은 2015년 말에 발간되었음에도 한국인의 심성 분류는 아직도 유효하다. 사람 심리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한번 책장에서 꺼내 들춰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이 작동을 할 것이 틀림없다.


허태균 교수의 관점에 더하여 나는 한국인들이 이런 심성을 갖기까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본다. 자연과학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도 통섭과 통합이 대세로 흐르고 있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분야들이 모여 집단지성의 성과를 내는 쪽으로 가고 공동연구를 통해 더 훌륭한 결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회 현상을 보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바로 공진화다. 그 사회가 처한 현실과 지나온 과정들이 모두 사람들의 심리 속에 작동을 하고 내재되어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사회는 인류사에 유래가 드문 가장 급격한 사회적 소용돌이를 거쳐왔다. 바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상흔이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 속에서는 법을 어기는 것이 독립운동이요 미덕으로 여겼을 것이 틀림없다. 법은 일본이 만든 것이니 지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잘하는 일일 것이라는 심리적 위안이 작동했을 것이다.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고 나쁜 놈 들이 만들고 따르게 했으니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이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는데 일제 36년간 물들어온 잔재가 한국인들의 심리에 앙금처럼 깔려있다. 여전히 법을 어기는데 익숙하고 법을 어겨서까지 안되면 되게 하는 정신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궤변일 수 도 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자마자 벌어진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으로 인해 어떻게든 살아남는 법과 요령을 체득했다. 그래서 눈치보기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람만큼 약삭빠르고 기민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민족은 드물다. 그런데 이런 한국사람들의 심성과 비슷한 민족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도 그렇다. 두 민족 모두 외세의 침략에 지배받고 내전을 겪어냈던 공통점이 있다. 잔머리 굴리기로는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사람 못지않다. 임기응변에 강하다는 거다. 바로 생존의 기로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기질이 이어져온 탓일 것이다. 그래서 위기탈출 능력이 뛰어나다. 죽기 아니면 살기의 기로에 서봤기에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어려울수록 똘똘 뭉치는 기질은 그래서 나온 듯하다. 그렇다고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헤쳐나가는 무모함을 보이지는 말아야 할 텐데 자꾸 위기를 스스로 만들고 구렁텅이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사람들의 심성이나 기질에 좋고 나쁘다의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공동체가 지나온 세월의 굴레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심성을 만들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기에 그렇다. 그 세월의 굴레 속에 생존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처절한 과정을 지나온 민족만이 갖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하지만 한 사회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한다. 다른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나아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지금 서 있는 기로 같은 순간 말이다.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살아남았다면 이제부터는 선도자(first mover)로 역할 전환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직감하고 있다. 이 경계를 잘 넘어가지 못하면 어떤 신세가 될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이 경계를 잘 넘는 기반이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편법과 내로남불과 안하무인이 판을 치는 사회가 되어서는 절대 경계를 넘을 수 없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맡겨진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면 가장 빨리 용서를 해주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기도 하다.  빠른 변화에 적응을 하는 데 있어서 한국 사람만 한 민족은 드물다. 우리의 강점이 K문화와 k푸드를 만들었다면 이를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 위기상황을 바로 직시하고 위정자들이 제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풍전등화 같아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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