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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21. 2022

버킷리스트는 삶의 매듭을 하나씩 만드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삶의 매듭을 하나씩 만드는 일이다. 삶의 매듭은 지루함을 신선함으로 바꾸고 설렘으로 바꾸고 과거를 정리하여 새로움으로 다시 시작하게 한다. 그렇게 매듭이 묶이는 횟수가 많아지면 대나무 키 크듯이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천조각이 모아져서 만들어지는 멋진 패치워크(patchwork)처럼 삶이 풍성해진다.


삶의 매듭을 만들고 정리해가는 방법으로는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라고 하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건다. 버킷리스트가 거창하면 거창할수록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평생 못해봤고 해보고 싶은 것을 리스트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렇다. 물론 계획과 프로젝트를 짤 때 금방 이루어질 것 같은 내용은 포함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큰 힘 들이지 않고도 해낼 수 있으면 그것은 프로젝트도 아니다. 그 정도라면 이미 살면서 경험해봤을 것이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쉽게 할 수 있으면 도전이 아니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리스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참 애매하지만 그 경계가 어느 정도일 거라는 것은 각자 개인들이 너무도 잘 파악하고 알고 있다. 자기보다 자기와 자기 주변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인데 여러 상황과 조건상 해보지 못했고 도전하지 않았던 것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 인생에서 소외되었지만 해보고 싶은 것들을 버킷리스트에 담아야 한다.  


이미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혹시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면 종이를 펴놓고 하나씩 써보자. 현실에서 해낼 수 있고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고 만족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적어보자. 그 숫자가 하나가 되었든 열개가 되었든 써놓으면 자연히 우선순위도 따라온다.

문제는 써놓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하지 않으면 무엇이 되었든 절대 이룰 수 없다. 실행하지 않고 그저 구호에 그친 문구로만 적혀 있고 담겨 있는 버킷리스트는 깨버리는 것이 맞다. 실천하기 위해 그래서 나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적는 것이 버킷리스트다. 장식용 버킷리스트는 나중에 허무감만 배가시킬 뿐이다. 


써 놓았으면 하나씩 지워나가는 실천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버킷리스트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 삶의 매듭이 하나씩 만들어진다. 악기를 배우는 일에 도전한다던지 3년 안에 외국어를 하나 더 익혀 현지 여행을 간다는 정도를 써놓아도 좋다. 당장 학원 등록을 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그것이 삶의 시간에 매듭을 하나 만들 수 있는 길이다.


써놓고 이루어 지워진 리스트 한 줄을 보면 거기서 삶의 희열이 느껴진다. 살아야겠다는, 살아내고 도전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게 된다.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을 찾은듯하고 세상이 모두 밝게 보인다. 다음 줄에 있는 버킷리스트를 다시 이루어내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버킷리스트를 쓴다는 것은 희망을 담는 일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확신으로 만드는 생존의 가이드 등불 역할을 한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암흑이 아니라 설렘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는 사랑에 빠진 연인끼리 맞잡은 손깍지와 같다. 만나고 싶고 포옹하고 싶고 키스하고 싶은 그 욕망이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안달 나게 한다.


버킷리스트 한 줄 한 줄이 삶의 Linchpin(수레바퀴를 축에 고정시키는 핀)으로 작동해야 한다. 삶에서 매듭과 Linchpin은 그만큼 중요하다. 매듭이 하나 지어질 때마다 하나씩 정리가 되면 내 삶 수레바퀴에 Linchpin을 하나 더 꽂는 것이다. 삶이 좀 더 튼튼해진다. 삶의 과거가 책장에 하나씩 장식으로 고정되면 영원히 가슴에 새겨진다. 그 힘으로 세상은 살만한 것이 되고 계속 도전하게 된다. 책상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소환하여 책상 옆으로 자리이동을 시켜보자. 매일 쳐다보고 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게 하자. 그러다 보면 써놓은 리스트 한 줄 한 줄을 지우개로 지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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