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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22. 2022

식당 메뉴 고를때보다 커피 선택하는데 더 망설이는 이유

식당에서 식사 메뉴 고르는 시간과 카페에서 커피 종류를 선택하는 시간 중에 어느 쪽이 시간이 더 걸리는 유형이신가요? 물론 혼자 갈 때 다르고 두 명이 갈 때 다를 겁니다. 동행의 숫자에 따라서도 다르고 일행 중 몇 번째로 선택을 하는지 순서에 있어서도 차이가 날 것입니다. 또한 코스별로 식사 서비스가 되는 식당에서의 메뉴 선택이 다르고 한 가지 메뉴만 하는 식당에서의 메뉴 선택 시간이 다를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면 특별히 코스별 메뉴를 선택하는 식당을 제외하고는 식사 후에 카페에 들러 커피 종류를 고를 때 더 망설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지켜본 주변 사람들의 선택 유형과 행동을 보면 그렇습니다.


식당을 선택해 들어갈 때는 사실 이미 무엇을 먹을까 정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식당들도 많기에 예약할 때 아예 메뉴를 정하고 가야 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식당으로 가기 전 이미 무엇을 먹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겁니다. 반면에 식사 후에 들르게 되는 카페에서는 무엇을 마실까 사전에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밥 먹고 나서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야지!"하고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카페에 들어가서 그때에서야 눈앞에 펼쳐진 메뉴 상황판을 보게 되는데 보는 순간 다양한 종류에 일단 망설이게 됩니다. "오전에 이미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는데 또 마셔도 될까?" 걱정에서부터 "샷을 추가하면 저녁에 잠이 안 올 텐데 스무디나 주스 중에서 주문을 할까?" 망설임이 보태지고 "그럼 주스 중에서 오렌지나 사과, 딸기, 바나나 중 무엇을 먹는 게 몸에 좋지?" 칼로리 평가도 첨가되고 나야 비로소 메뉴 하나가 선택됩니다. 그런데 변수가 또 하나 있습니다. 같이 온 동행자가 어떤 메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의 선택도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많은 경우 "같은 걸로 주세요!"가 답입니다.


카페에서 마실 메뉴 선택 하나에도 사실 간단한 듯하면서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결정된다는 겁니다. 바로 사회적 관계가 카페 메뉴 선택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일행과 같이 카페에서 마실 음료의 종류를 빠르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메뉴 추천을 하는 겁니다. "이 카페는 콜드 브루가 드립 커피보다 더 맛있고, 같이 먹을 수 있는 페스트리로는 자두, 아몬드가 들어간 스콘과 레드베리 머핀이 일품입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대부분 "그럼 그걸로 주문하지 뭐"로 통일됩니다. 간단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려고 했던 사람도 맛있다고 추천하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 독자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커피값을 내는 사람이 아니고 얻어 마시는 쪽인데 이런 추천을 했다가는 오지랖 넓다는 소리만 듣습니다. 지금 어떤 상황에서 메뉴 주문을 하는지에 따라 메뉴 선택의 결정권이 다르고 결정 시간이 다르다는 겁니다. 커피 음료 주문 과정에 이렇게 복잡한 관계와 상황들이 얽혀있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려고 하는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그냥 식사도 했고 날도 더운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면 됐지. 뭐 구구절절 고민하고 그래?"


사실 이게 정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메뉴를 고르는데 시간이 걸리고 망설이는 이유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마시는 것을 기꺼이 같이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럼으로써 동질감을 획득하고자 하는 무언의 생존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메뉴를 고를 때 망설이는 사람은 주로 얻어먹는 경우일 때가 많습니다. 내가 돈을 내지 않으니 선뜻 먼저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일단 선택의 순서를 뒤로 미뤄놓습니다. 메뉴 선택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커피값을 내는 사람이 "무얼 마시겠습니까?"라고 물어봐도 일단은 "글쎄요"라고 말끝을 흐리다 제일 보편적이고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고 맙니다. 그것이 얻어 마시는 사람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커피값 내는 사람의 배려에 대한 정중한 예의라고 여기는 겁니다. 반면에 카운터 앞에서 커피 종류를 과감히 주문하는 사람은 대부분 커피 값을 지불하는 당사자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값을 지불하기에 선택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겁니다.


오늘 점심때는 커피 종류를 먼저 선택하는 주도권을 쥐어보시죠. 먼저 주문하고 메뉴도 추천하고 계산도 같이 하시는 센스도 보여주시죠. 커피라도 살 수 있을 때가 좋은 겁니다. 언제든 시내 나오시면 들르시죠. 아직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 사드릴 수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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