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백신 예약을 한 사람들에게 어제부터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예약을 했다는 것은 50대라는 소리입니다. 2주 전 백신 접종 예약을 할 때 주변에 여기저기 물어봤습니다. "주사 맞아야 돼?"
그런데 다들 시큰둥합니다. "가을에 개량 백신 나온다는데 굳이 또 맞을 필요 있을까?" "이미 코로나 걸려 지나갔는데 뭐. 백신 맞아봐야 소용없을 거 같아 안 맞으려고 하는데"가 주종입니다. 제 주변 친구 중에 백신 맞겠다고 예약한 사람이 열에 두 명도 안됩니다.
이런 반응은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성의 의문 때문인 듯합니다. 대부분 3차 접종까지 모두 했지만 그중에 절반은 코로나에 감염되었습니다. 접종해도 코로나 걸리는데 굳이 추가 접종을 맞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미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들은 더욱 완고해집니다. 거쳐 갔기에 항체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확신을 하는 겁니다. 또 걸려도 적어도 죽지는 않을 것이고 아파봐야 중환자실에 실려 가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자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코로나의 침범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코로나를 잘 피해 다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확진자 증가 추세를 보건대 더 이상 피해 다니는 것이 어렵겠다는 판단입니다. 예전처럼 확진자를 강제로라도 격리를 시키면 모를까? 이제는 그것도 아니고 자가 격리를 권장하는 수준이라 확산세를 막을 방법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포자기의 각자도생입니다. 걸리면 걸리고 안 걸리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주변에 코로나 확진되어 자가 격리하는 지인들의 증세를 물어보면 '그저 몸살 앓는 정도'라는 수준이 대부분이라 공포의 수준은 아니고 불안한 정도의 감흥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라 내가 걸리면 나에게는 어떤 증상으로 발현될지는 알 수 없는지라 이것이 더 걱정입니다.
걱정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는 불안입니다.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준비와 시간을 주지 않고 불현듯 닥치기에 불안한 것입니다. "불안은 뒤가 없고 슬픔은 옆이 없다"라고 합니다. 눈으로 보지 못하는 뒤가 없으면 불안할 필요가 없고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으면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코로나는 지금 우리들의 뒤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이 불안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4차 백신 접종을 어제 했습니다. 3차 접종을 지난해 12월 20일 했으니 7개월이 넘어서 추가 접종을 한 셈입니다. 백신의 유효기간이 3~4개월 정도라고 하는데 한참 지났습니다.
백신 접종은 오전 10시에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맞았습니다. 첫 예약시간이어서 그런지 예약자가 저를 포함 3명밖에 안됩니다. 3차 접종을 할 때까지는 시간대별로 대기자가 꽉 찼던 거 같은데 많이 느슨해진 듯한 인상입니다. 주사를 맞기 전 의사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제가 주말에 목이 칼칼한데 접종을 해도 괜찮을까요?" 토요일 골프를 치다가 그늘집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에어컨 바로 앞에서 찬바람을 오래 맞았던 탓인 듯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체온을 재더니 "체온이 정상이니 접종해도 괜찮다"라고 하십니다. 은근 신속항원검사라도 해보자고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작은 주삿바늘이라 찌르는지조차 못 느끼고 반창고를 붙여주고 15분 앉아있다가 가라고 합니다. 그렇게 4차 접종을 마치고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반 퇴근시간까지는 아무런 증상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퇴근 무렵부터는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가 뻐근해옵니다. 팔을 올려 휘둘러보면 통증이 전해져 옵니다. 그렇다고 무척 아픈 정도는 아닙니다. 예전 예방접종했을 때의 그 경험치와 비슷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 몽롱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체온이 오를 때 느껴지는 그런 기분입니다. 병원에서 측정했던 체온은 36.5도였는데 집에서 재니 36.7도입니다. 0.2도 차이라 기계의 오류 편차일 수 도 있어 그냥 무시하기로 합니다. 그래도 불안한 기운이 있어 자기 전에 타이레놀 500mg 2알을 먹고 잤습니다.
오늘 아침 상태는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약한 몸살 기운과 같은 증상이 있긴 한데 그렇다고 몸살 정도의 수준도 아닙니다. 샤워를 하고 다시 체온을 재봅니다. 36.7도로 어젯밤과 같습니다. 그래서 출근길에 나서 회사로 왔습니다. 접종 후 22시간이 지난 수준이라 계속 예의 주시해봐야겠지만 별다른 증상 없이 백신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불안은 불안을 낳고 공포로까지 확산됩니다.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4차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는 길인 듯합니다. 적어도 3차 접종 시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사람은 말입니다. 특히나 아직까지 코로나의 침습을 받지 않고 잘 피해온 사람은 더 그렇습니다. 4차 접종을 하고도 코로나에 확진될 수 도 있을 겁니다. 올해 말 개량 백신이 들어오면 또 맞아야 할 테지요. 그렇지만 그전까지라도 잘 피해 다닐 수 있는 한 방법이라면 마다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꼰대들의 괜한 걱정이길 바라봅니다.